“이자 장사” 정부 질타에… 은행권, 금리 인하-이자 감면 등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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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금융그룹, 주말 상생안 회의
소상공인-취약층 지원 등도 논의
“금리 오른건 은행탓 아냐” 불만도

사진은 서울시내에 설치된 주요 시중은행 현금인출기 모습. 뉴스1
사진은 서울시내에 설치된 주요 시중은행 현금인출기 모습.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에 대해 ‘갑질’ ‘독과점’이란 표현을 쓰며 연일 강경한 발언을 이어가자 시중은행들은 연초에 이어 두 번째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은행들은 고금리 이자 장사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맞춰 취약계층의 상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권에서는 전 세계의 긴축 기조로 고금리 현상이 불가피한데도, 정부가 대출금리 인상에 대한 책임을 은행에만 떠넘긴다는 불만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 신한, 우리, NH농협 등 주요 금융그룹들은 상생금융 대책을 추가로 내놓기 위해 주말 내내 회의를 이어갔다. 16일로 예정된 금융당국과의 간담회를 앞두고 구체적인 상생안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앞선 3일 하나은행은 주요 은행 중 가장 먼저 1000억 원 규모의 소상공인 금융지원 대책을 내놨다. 다음 달부터 개인사업자 고객 30만 명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전월 납부한 이자를 매달 돌려주는 ‘캐시백’ △서민금융 공급 확대 △에너지생활비·통신비 지원 △경영 컨설팅 등의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에 나머지 금융그룹들도 취약계층의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자 감면, 상환 유예 등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KB금융은 연 7% 이상의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대출자들의 이자를 깎아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올 초 내놓은 상생금융 지원안의 기간 연장, 금리 인하 및 연체 이자 감면 등의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3일 상생금융 태스크포스(TF) 발족과 함께 긴급대책 회의를 열었으며, NH농협도 농업·농촌 지원을 넘어 취약계층 추가 지원책을 물색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정부가 고금리 부담을 은행에 떠넘기는 것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서며 금리가 오르는 건데, 정부 차원에서 은행권이 과점적 지위를 악용해 금리를 높였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는 뜻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각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며 시장금리가 올랐고, 그에 맞춰 대출금리도 점차 상승한 것이지 은행권이 담합으로 금리를 끌어올린 게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은행을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려는 상황 자체가 유감스럽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이 같은 개입이 시장에서 정해져온 금리 산정 체계를 왜곡한다는 비판도 있다. 신용평가사 고위 관계자는 “금리는 거시경제 상황, 금융권의 조달 비용 등을 고려해 시장 참여자들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정부가 금리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면 금리 체계, 자금 흐름 등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행권#상생금융#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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