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장 정리… 원료사업 매각… 유화업계 ‘선택과 집중’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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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發 과잉공급-경기 침체 여파… 석유화학 업계 사업구조 재편 속도
롯데케미칼, 범용제품 비중 축소… “태양광 소재 등 고부가제품 집중”
SKC “피유코어 매각 대금 4100억… 반도체-친환경 등 신사업 투자”

롯데케미칼 전남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케미칼 전남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케미칼은 최근 중국에서의 범용 석유화학 제품 생산 시설을 모두 정리했다. 올 6월 롯데삼강케미칼에 이어 지난달 롯데케미칼자싱까지 적자 법인을 모두 현지 파트너사에 매각한 것이다.

SKC는 12일 폴리우레탄 원료사업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자회사 SK피유코어 지분 100%를 국내 사모펀드인 글랜우드PE에 넘기기로 했다. SK피유코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2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9% 감소했다.

중국발 과잉 공급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고전하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익성이 낮고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업은 잇달아 매각하고 고부가·친환경 사업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 차별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22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수익성을 나타내는 에틸렌-나프타 가격 차는 9월 기준 t당 158달러로 손익분기점인 300달러를 한참 밑돌고 있다. 에틸렌은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가장 기초가 되는 원료로 나프타를 분해해 얻는다. 에틸렌-나프타 가격 차는 지난해 4월 t당 414달러를 기록한 이후 17개월 연속 300달러를 밑돌고 있다. 생산시설을 돌릴수록 적자만 쌓이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정유사들이 ‘탈탄소’ 대체사업으로 석유화학을 늘리는 것도 기존 석유화학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9조 원을 투입해 울산에 대단위 석유화학단지를 짓기 시작했다. 에틸렌 기준 연간 생산량은 180만 t인데 이는 현재 국내 가장 큰 LG화학의 연 330만 t과 비교해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GS칼텍스도 에틸렌 연 75만 t을 생산하는 생산시설 MFC를 지난해 말 준공하고 올해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석유화학 업계는 사업 재편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은 범용 제품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60%에서 2030년 40%로 줄일 방침이다. 그 대신 분리막·태양광 소재 등 고부가 제품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SKC는 SK피유코어 매각대금 4103억 원을 활용해 배터리, 반도체, 친환경 등 신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SKC는 올해 배터리 소재 동박을 생산하는 말레이시아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고 베트남에서는 ‘썩는 플라스틱’인 생분해 소재 생산시설 건설에 나선 상태다.

LG화학은 올 4월 정비 목적으로 나프타 공장인 여수 NCC 2공장을 중단한 뒤 여태까지 재가동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회사가 해당 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LG화학은 대신 태양광 소재인 POE(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나 배터리 양극재 소재인 CNT(탄소나노튜브) 등 고부가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비롯해 자본만 들이면 금방 따라잡는 범용제품은 더 이상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며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고부가, 친환경 등 기술로 따라잡을 수 없는 분야로 적극 진출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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