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여윳돈’ 1년새 14% 급감… 고금리에 이자 급증 탓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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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月이자 13만원… 통계후 최대
가처분소득도 1년새 11만원 줄어
8월 소비 3년반만에 최대폭 감소
“3高로 수출 이어 내수까지 위축”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늘면서 가계의 올 2분기(4∼6월) 여윳돈이 지난해보다 13.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가계 가처분소득이 역대 최대로 줄어든 가운데 8월 소매판매도 3년 반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고환율, 고물가가 더해진 ‘3고(高) 현상’으로 수출에 이어 내수까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가계소득 안 느는데 ‘빚 부담’ 더 커져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전국 가계의 월평균 흑자액은 114만1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3.8%(18만2000원) 줄었다. 코로나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가계 흑자액은 가계소득에서 세금, 연금, 이자 등을 비롯한 비(非)소비지출을 뺀 가처분소득에서 다시 소비지출을 제외한 여윳돈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가계 흑자액은 지난해 3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줄고 있다. 감소 폭도 지난해 4분기(10∼12월) ―2.3%에서 올 1분기(1∼3월) ―12.1%로 커졌다.

가계에서 여윳돈이 부족해진 것은 이자비용 급증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 지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2분기 7.1%에서 3분기 19.9%, 4분기 28.9%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올 1분기에도 이자 지출 증가율이 42.8%를 기록해 1인 가구를 포함해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 증가율을 보였다. 올 2분기 가계가 이자 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13만1000원으로 2006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였다.

이자 비용 급증으로 올 2분기 가처분소득은 월평균 383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에 비해 2.8%(11만2000원) 줄어든 것으로 2006년 이후 최대 감소율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소득이 뚜렷하게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올 상반기(1∼6월) 가계부채는 오히려 더 늘었다”며 “가계 흑자는 줄고 부채는 늘고 있어 앞으로가 더 우려된다”고 말했다.

● 물가, 환율 부담 커지며 내수 압박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은 줄고 있다. 개인·소비용 상품을 파는 2700개 기업의 판매액을 조사하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7, 8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정부는 ‘상저하고’(상반기 경기 둔화, 하반기 반등)를 예상하지만, 소비 위축으로 하반기(7∼12월) 경기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국내 고금리 기조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물가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7% 오르면서 8월(3.4%)에 이어 3%대 오름세를 이어갔다. 최근 배럴당 90달러를 넘나드는 고유가가 물가를 끌어올린 결과다. 정부 안팎에서는 평균 3.3% 수준으로 예상했던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고유가 때문에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 8월 초부터 달러당 13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 역시 악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가 역대 최대인 2.0%포인트로 벌어졌지만 국내 가계부채 수준을 감안하면 금리를 올려 고환율 상황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며 “고금리, 고유가에 동반된 고환율은 물가 압박 등을 통해 가계와 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가계 흑자#여윳돈#가처분소득#내수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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