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7% 뚫었는데… 가계부채 이달에만 되레 1.6조 증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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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통화 긴축 기조 장기화 가능성에
만기 앞둔 자금 100조 수신경쟁까지
금리 4%대 정기예금 상품도 늘어
당국 “과도한 경쟁 없게 선제 대응”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장기화되고, 지난해 10월 불거진 레고랜드 사태 후 고금리로 예치됐던 100조 원 규모의 예적금 만기(1년 만기 상품 기준)가 돌아오며 시중금리가 일제히 뛰고 있다. 대규모 자금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은행권 수신 경쟁이 대출 금리까지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를 돌파했지만 되레 가계대출 증가 폭은 더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은 주담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기준을 높이는 등 강도 높은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놨지만 가계빚 증가세를 잡지 못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1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270∼7.099%다. 상단 금리가 지난달 말보다 0.130%포인트 올랐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두 달 연속 하락하며 하단 금리는 소폭 내렸지만 시중은행들은 시중금리 상승을 감안해 상단 금리를 올렸다.

주담대 고정금리(혼합형)도 연 3.900∼6.469%로 하단과 상단이 각각 0.070%포인트, 0.219%포인트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신용 1등급, 만기 1년 기준) 역시 4.420∼6.420%에서 4.560∼6.560%로 상단과 하단이 모두 0.140%포인트 올랐다. 이는 두 금리의 지표인 은행채 5년물(신용 AAA등급, 무보증)과 1년물(신용 AAA등급, 무보증) 금리가 미국과 한국의 긴축 장기화 전망 등에 따라 각각 0.170%포인트, 0.147%포인트 오른 탓이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시중금리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 폭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1일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4539억 원으로 8월 말(680조8120억 원)보다 1조6419억 원 늘면서 8월 증가 폭(1조5912억 원)을 넘어섰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날 조짐과 함께 금리가 내년에는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는 금융 소비자들이 많아 주담대 잔액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적금 금리도 오름세다. 은행연합회에 24일 공시된 19개 은행의 36개 정기예금(만기 1년 기준) 가운데 10개 상품이 최고 연 4%대의 금리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연 4%대 상품은 5개에 불과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당시 5%대로 유치됐던 예적금이 100조 원에 이르는 만큼 은행들이 수신 잔액을 유지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는 은행들의 수신 경쟁이 조달 비용을 늘리고 결국 대출 금리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1일 비상거시경제회의에서 “4분기(10∼12월) 고금리 예금 만기 도래 등에 따른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이 재발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주택담보대출 금리#가계부채 증가#통화 긴축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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