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물 파던 시대 갔다… 신사업에 투자해 미래 개척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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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한국건설]
현대-대우-포스코, 원전 사업 확장
DL이앤씨-GS-SK는 친환경 사업 추진
두산-대방 등은 시공능력 향상에 집중


원자재 가격 인상과 고금리 등으로 건설 산업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많은 건설사가 새로운 영토 개척에 나서며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소형모듈원전(SMR) 등 최근 각광받고 있는 새로운 인프라 시장에 진출하는가 하면 탈탄소 기반 친환경 에너지 관련 신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스타트업, 공공기관과 손잡고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사업에 나서거나 본연의 주택 건설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한 다양한 상품 개발에 나서는 기업도 있다.

원전 산업에 주목하는 건설 업계

현대건설은 원전과 전력 거래 분야 등 최근 탈탄소, 에너지 전환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특히 SMR, 원전 해체 사업, 사용 후 핵연료 임시 저장 시설 구축 등 원전 밸류체인 전반의 핵심 역량을 구축해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력중개사업을 정관에 반영하고 전력 거래 자동화 플랫폼 구현에 나서는 등 전력 중개 거래 분야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4월에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 재건을 위해 SMR을 건설하는 협력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건설 측은 “다각적 방안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RE100 가입에 따른 탄소중립 및 친환경 경영 행보에 발맞춰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도 기존 대형 상용 원전과 연구용 원자로 등 기존 노하우가 쌓여 있는 분야는 물론 차세대 원전인 SMR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월 3632억 원 규모의 수출용 신형 연구로 건설 공사를 수주했고, 지난해 12월에는 한빛3·4호기 증기발생기 교체 공사를 완료하기도 했다. ‘월성 1호기 해체공사 및 공정설계’를 수행하는 한편 신한울3·4호기 수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12년 한국에서 개발된 SMR인 SMART100을 기반으로 체코, 인도네시아 등과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또 현재 혁신형 SMR(i-SMR) 개발 사업 참여도 추진 중이다.

포스코이앤씨도 신한울3·4호기 주설비 공사 수주전에 현대건설, 두산에너빌리티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나서는 등 원자력 사업으로 영역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한 원자력사업 전문 조직 ‘원자력사업추진반’을 구성해 전문 인력을 충원하기도 했다. 특히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원자력 이용 시설인 가속기 연구시설 건설 분야에서 2016년 포항 4세대 방사광 가속기 공사를 수행하는 등 기술력과 실적을 보유하고 있고 오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사업에도 입찰할 계획이다.

친환경 신사업 박차 가하는 건설사들
올해 DL이앤씨는 친환경 신사업 분야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경영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다지고 있다. 특히 친환경 신사업 중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과 활용 분야에서 관련 국책 연구과제에 참여한 경험을 통해 3000t 규모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설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탄소 감축 솔루션을 제안하는 토털 솔루션 기업 ‘카본코’를 설립하는 한편 인도네시아의 복합 화력발전소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소로 운송 및 저장하는 약 18억 t 규모의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허브 건설 프로젝트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신사업 매출이 1조 원을 넘어서는 등 성장 속도가 빠르다. 특히 세계적인 수처리 업체인 GS이니마를 앞세워 기존 건축 토목 노하우에 정보통신기술(ICT)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GS이니마의 수처리 기술, 폐수 처리에 관한 ICT 등을 결합한 스마트 양식 사업이 대표적이다. 또 미리 생산한 구조물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패브(Prefab) 주택, 2차전지 배터리 재활용 사업 등에도 나서며 사업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폐어망 재활용 전문 스타트업인 넷스파와 손잡고 동남아시아에서 폐어망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 ESG 이니셔티브 예비 사업으로도 선정돼 총사업비 100억 원 중 50억 원을 코이카에서 지원받게 됐다. 폐어망 재활용 사업은 버려지는 폐어망에서 재생 나일론을 생산하는 사업으로 베트남 중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2028년까지 연간 약 8000t의 폐어망을 재활용해 탄소 5만 t을 줄이고 직간접 고용을 1000명 이상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본질에 충실’ 시공-시행 역량 다지기
올해 시공 능력 평가 4위에 오른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과 오피스텔, 업무 시설 등 국내 사업은 물론 말레이시아 SK넥실리스 동박 공장, 캄보디아 이온몰 등 해외에서도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2016년 이후 꾸준히 경영평가액이 증가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번 순위 상승으로 신규 사업 참여 기회가 늘어나는 등 수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초소형모듈원전(MMR)과 전기차 충전 시설, 이산화탄소 포집 및 자원화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종합 부동산회사 우미건설은 부동산 생애주기 전 과정에 진입할 수 있는 사업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주택사업, 건축사업은 물론 부동산 자산운용사 투자, 프롭테크 투자, 해외 투자, 비주거용 부동산 투자, 상업 시설 운영에 이르기까지 사업 모델을 다변화하고 있다. 특히 현재 콘테크, 부동산 거래·중개, 공유경제,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롭테크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또 미국 자회사를 설립해 아마존·페덱스 물류창고의 개발 펀드에 참여하는 등 글로벌 부동산 투자 트렌드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대방건설은 협력사와 동반 성장을 위한 상생 경영과 안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협력사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특허 또는 신기술을 보유한 협력 업체와의 하도급 시공을 통해 동반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와 올해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건설사업자 간 상호협력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또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안전 조직을 확대 개편해 운영하고 있다.

두산건설은 최근 주거 브랜드 ‘We’ve’ 가치 제고의 일환으로 ‘We’ve got everything’이라는 슬로건과 5개 콘셉트를 재정립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베스트 아파트 브랜드 설문 조사에서 9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 각각의 콘셉트에 맞게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단지 내에 도입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휴게 시설, 맞춤형 옵션, 첨단 보안 시설, 보행 공간 내 장애물 제거, 모바일 하자 접수 시스템 운영 등 주거 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화건설은 인천 미추홀구 학익4구역을 재개발한 ‘포레나 인천 학익’ 공급에 나섰고, 호반건설은 경기 오산세규 2지구에서 ‘호반써밋 라프리미어’를 분양한다.


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진화하는 한국건설#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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