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절약 농법-온라인 직거래로 ‘감귤 홈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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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A Farm Show-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스마트팜, 스마트잡
야구선수서 청년농 변신 오장훈씨

오장훈 홈런농장 대표가 자신의 감귤 농장에서 프로야구 선수 시절 입던 롯데 훈련복을 입은 채 웃고 있다. 서귀포=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오장훈 홈런농장 대표가 자신의 감귤 농장에서 프로야구 선수 시절 입던 롯데 훈련복을 입은 채 웃고 있다. 서귀포=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야구는 노력한 만큼 출전 기회가 보장이 안 될 때도 많아요. 반면에 농사는 성실히 일한 만큼 성과가 돌아와요. 제겐 너무 행복한 일이죠.”

제주 서귀포시에서 감귤 농장을 운영하는 오장훈 대표(39)는 프로야구 롯데와 두산에서 10년간 선수로 뛰었다. 2009년 2군에서 홈런왕과 타점왕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2017년 고향인 제주 서귀포시로 귀농했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농장을 물려받아 ‘홈런농장’이란 이름을 붙였다.

오 대표는 젊은 감각을 살려 온라인 직거래 체계를 만들었다. 도매가로 kg당 5000원에 팔던 상품을 포장해 소비자에게 직접 팔면 1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 2억 원대였던 매출은 5년 만에 5억 원으로 2배가량 늘었다. 새로운 농사 기법도 적극 도입했다. 바닥에 배관을 설치해 비료 섞은 물을 하우스 내 필요한 지점에만 공급하는 ‘점적관수’ 기법을 지난해 시작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비닐하우스 전체에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릴 때보다 투입되는 물과 비료가 절반가량 줄어든다. 다른 지역 과수원에선 많이 쓰지만 제주도에선 보편화되지 않았다. 오 대표는 지역 농업기술센터와 농업마이스터대학에서 해당 기법을 배운 뒤 아버지를 설득해 이를 도입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9월 1∼3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2023 A Farm Show(에이팜쇼)―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를 열고 청년 농부와 기업들의 농업 혁신 사례를 소개한다. ‘스마트팜, 스마트잡(Smart Farm, Smart Job)’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전국의 다양한 농축수산물을 구입하고 각 지자체의 고향사랑기부금 답례품도 둘러볼 수 있다.

타워형 ‘수직재배’ 설비 농가 보급… 주민들 정규직 뽑아 지역 활기


스마트팜, 스마트잡〈1〉 지역경제 살리는 청년 농업인
스마트팜 기술 전수 배현경씨 “농업지식 나누면서 보람도 쑥쑥”
농업교육생 채용 제안 김기현씨 “숙련된 인력으로 생산성 높아져”

오장훈 홈런농장 대표는 프로선수 시절 투수에서 타자로, 다시 투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수비 위치도 1루, 3루, 외야로 옮겨다녔다. 새 포지션을 몸에 익히기 위해 동료들보다 2, 3배 더 훈련해야 했다. 그를 지도한 박정태 전 롯데 코치(54)는 현역 시절 ‘악바리’로 통한 자신보다 오 대표를 더 지독한 선수로 기억한다. 박 전 코치는 “장훈이는 성적을 떠나 선수로서 성공했다고 본다.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는 걸 모두가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돌아봤다.

● “농사 지식 나누며 보람 느껴”
성실성과 집요함은 은퇴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매일 오전 5, 6시면 농장에 출근해 일을 시작하는 오 대표는 틈틈이 농업기술센터와 마이스터대학을 다니며 새로운 농사 지식을 배운다. 주말에는 서귀포 지역 리틀야구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야구인으로서의 삶도 이어가고 있다.

새로 배운 농업 지식은 유튜브와 지역 농업기술센터 등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여기엔 아버지 영향이 컸다. 1970년대 제주에서 처음으로 겨울딸기를 재배해 대통령 표창을 받은 아버지 오병국 씨(76)는 2006년부턴 서귀포시레드향연구회장을 맡아 선진 농사 기법을 알리고 있다.

청년농들은 기술 위에 본인만의 경험을 덧대어 농업과 지역사회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위쪽 사진부터 배현경 씨, 김기현 팜큐베이터 
대표, 권기표 그린 대표. 김 대표는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 농촌이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 게 청년 농업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각각 본인 제공
청년농들은 기술 위에 본인만의 경험을 덧대어 농업과 지역사회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위쪽 사진부터 배현경 씨, 김기현 팜큐베이터 대표, 권기표 그린 대표. 김 대표는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 농촌이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 게 청년 농업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각각 본인 제공
기술과 지식을 바탕으로 농업과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는 청년농은 오 대표뿐만이 아니다. 경남 밀양의 스마트팜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배현경 씨(40)는 지난해부터 경남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강의를 나간다. 혁신밸리 1기 수료생이었던 그는 그곳에서 배운 지식에다 지난해 창농한 스마트팜에서 쌓은 경험을 더해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배 씨는 “스마트팜 환경제어 시스템 사용법 등을 알려주고 있다”며 “배운 걸 혼자 알고 있기보단 후배 실습생 등에게 가르쳐주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 “여력이 되는 한 고용도 많이”
전북 김제에서 토마토 등을 기르는 청년농 김기현 ‘팜큐베이터’ 대표(32)는 김제시 청년 정책 서포터스로도 활동 중이다. 지난해에는 비싼 인건비로 고민하는 농가를 위해 지자체가 일부 비용을 보전해주면 농가가 농업 교육생들을 채용하는 정책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자신의 농장에 지역 주민 4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단기적으론 농번기에만 잠시 외국인 인력을 활용하는 게 이익이지만 김 대표는 정규직 고용 방식을 택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숙련된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도 여력이 되는 한 많이 고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농업과 식품산업 분야 혁신에 앞장선 청년들도 있다. 농업법인 ‘그린’의 권기표 대표(37)도 그중 하나다. 그린은 스마트팜 설비를 개발, 보급하는 회사로 타워형 수직재배 시설을 만들어 특허를 받았다.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도 많은 작물을 재배할 수 있어 적은 자본으로도 스마트농업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부즈앤버즈’는 자체 개발한 벌꿀술을 가지고 에이팜쇼를 찾는다. 부즈앤버즈는 국산 포도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캠벨’ 품종으로 벌꿀술을 만들어 올해 2월 열린 유럽벌꿀술생산자협회(EMMA) 주관 세계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유관석 부즈앤버즈 대표(35)는 “앞으로도 품질 좋은 국산 농산물로 다양한 벌꿀술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서귀포=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홈런농장#물절약 농법#온라인 직거래#감귤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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