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돈줄 ‘네카오’도 지갑 닫는다… “성장보다 생존력 중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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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올해 상반기 1건 4억 투자
카카오 “작년보다 투자 건수 감소”
스타트업 전체 투자액도 68.3%↓

스타트업 업계에서 자금줄 역할을 해온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상반기(1∼6월) 들어 투자액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시기와 다르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시장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보고 투자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5일 네이버가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상반기 외부 투자는 1건으로 금액은 총 4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4월 정보보호 기술 보유 스타트업 ‘큐빅’에 투자한 건이다. 지난해 상반기 펀드 출자를 포함해 국내외 스타트업에 238억 원(19건)을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크게 줄었다. 네이버는 본사에 있는 스타트업 발굴 조직 ‘D2SF’를 통해 직접 투자를 진행하면서 반기·사업보고서를 통해 연 2회 관련 내용을 공시하고 있다.

네이버는 팬데믹 시기인 2020년엔 국내외 스타트업에 연간 2123억 원을 투자했다. 2021년엔 금액이 2403억 원으로 13.2% 늘어났다. 엔데믹(감염병 대유행 종료)으로 접어들고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네이버의 국내외 스타트업 연간 투자액은 877억 원으로 팬데믹 시기와 비교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카카오의 스타트업 투자도 올해 들어 줄어들고 있다. 카카오 자회사인 벤처투자사(VC) 카카오벤처스의 김기준 부대표는 지난달 17일 공식 블로그(브런치)에서 “올해 상반기 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건수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벤처스는 구체적인 상반기 투자액과 건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카카오는 주로 카카오벤처스가 조성한 펀드를 통해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벤처스는 지난해 연간 500억 원 이상을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과 VC가 투자를 줄이며 스타트업 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민관 협력 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 투자액은 2조3226억 원으로 전년 동기(7조3199억 원) 대비 68.3% 감소했다. 투자 건수도 지난해 상반기 998건에서 올해 584건으로 줄었다. I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신생 스타트업 투자를 이끌어주던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모두 투자를 줄인 이유로 팬데믹을 전후해 스타트업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원천 기술을 보유한 생존력 있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 대상을 계속 찾는 중인데 (이전보다는) 발굴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의도적으로 투자액을 줄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2, 3년 전엔 빠른 성장 전략을 가진 스타트업이 대형 IT 기업과 VC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면 금리 인상기엔 매출과 수익을 낼 수 있는 업체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나 대상을 찾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카카오벤처스 김 부대표는 “최근 스타트업 경영진을 만나면 성장이 아니라 ‘매출 관점에서 더 노력이 필요하다’ 등 생존으로 방향(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스타트업 투자#네이버#카카오#성장보다 생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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