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항공기 뜨는 힘 떨어지자… 연료 덜 싣고 승객 하차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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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전세계 곳곳서 운항 차질
英런던 공항 활주로 부풀어 폐쇄도
“이상 고온 대비 운항 매뉴얼 보강을”

“폭염으로 항공기 운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미국연방항공청(FAA)은 올해 5월 항공사들에게 여름철 기온 상승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무더위가 다양한 형태로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미리 경고한 것이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FAA의 경고는 현실이 되고 있다. 올여름 무더위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항공기 운항 차질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폭염은 항공기 이륙에 필요한 양력에 영향을 준다. 기온이 높아지면 공기 밀도가 낮아져 양력이 줄어든다. 평소라면 충분히 날 수 있는 무게의 항공기도, 기온이 과도하게 올라가면 날지 못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이륙 중량이 가벼워야 하고 활주로 거리도 길어야 한다.

지난달 1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델타항공 여객기는 폭염으로 인해 항공기 무게를 조절해야만 했다. 이에 승객들에게 자발적인 하차를 요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어컨까지 고장나면서 승객들은 44도에 달하는 항공기 내부에서 3시간 이상 머물러야 했다. 이런 사례가 나타나자 아메리칸항공과 델타항공 등은 연료를 덜 싣는 방법으로 항공기 중량 줄이기에 나섰다. 미국 얼리전트항공은 폭염이 지속될 경우 안전 등을 위해 운항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공지도 내보내고 있다.

폭염으로 인해 공항이 폐쇄되기도 한다. 2018년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는 높은 기온으로 활주로 표면이 깨지면서 활주로를 4시간가량 사용하지 못했다. 지난해 영국 런던의 한 공항도 불볕더위로 활주로가 부풀어 오르면서 공항을 아예 닫았다.

한국에서도 항공기 부품이나 엔진, 타이어에 종종 문제가 생기곤 한다. 이에 해당 노선 지역의 기온이 높거나 공항 활주로가 짧을 경우 좌석 일부를 팔지 않거나, 수하물을 줄이는 방법으로 항공기 무게를 조절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폭염에 따른 운항 및 안전 매뉴얼을 추가로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항공사 기장은 “한파나 강풍, 태풍 등에 따른 각종 매뉴얼은 잘 갖춰져 있는데, 고온 상황이 지속되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절차는 없다”면서 “이상 고온이 매년 문제가 되는 만큼 구체적인 절차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폭염#항공기#운항 차질#공항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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