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 들고 튀는 세상에 포상금 10억?…‘은행 배지’와 누가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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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7월 25일 0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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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 모습. 2023.6.13/뉴스1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 모습. 2023.6.13/뉴스1
은행들이 횡령 등 내부 임직원 비위행위 고발 시 ‘최고 10억원’의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은행원 사이에서는 유인효과가 낮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이 휘청할 큰 사안일 경우에야 5억원 이상의 포상금이 지급될 텐데 배신자 꼬리표나 퇴사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에 비해 보상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은행은 승진 시 가산점으로 반영하고 있어, 익명성 보장을 오히려 해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316140)는 최근 ‘현장중심 내부통제 혁신방안’ 도입 계획에서 내부 신고 제도 활성화를 위해 포상금을 최대 10억원으로 높인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에서 지난해 70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비슷한 문제가 이어지자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다른 은행들도 내부고발 인센티브 기준을 높였거나 상향을 고심하고 있다. 우선 하나은행은 하나금융지주(086790) 그룹 차원의 내부고발제도 ‘건강한 소리’를 따르고 있다. 지난 3월20일 내부통제규정을 개정해 포상 기준을 10억원으로 상향했다.

신한은행은 내부고발제도 ‘신한지킴이’를 운영 중으로, 현재 최대 5억원인 포상 기준을 상향할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올바른제보제도’는 지난 2013년 포상 기준을 10억원으로 설정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은행들은 금융감독원과 3개월간의 회의를 통해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마련했다. 우리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에서도 내부통제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자 실효성 있는 대책을 함께 고민한 것이다.

대책에서는 주요 사고예방조치로 내부고발자 제도 활성화가 제시됐고 △익명성 강화 △대상행위 확대 △고발의무 위반 시 조치 강화 등 개선방안이 도출됐다. 은행 자율적으로 구체적인 내부고발 유형에 따른 보상방안을 마련하기로 정했고, 그 상한은 자율로 정하기로 했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은행 내부에서는 보상 강화가 구호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이미 10년 전부터 10억원으로 기준을 정한 KB국민은행이 있음에도 은행권 내부고발 신고 실적은 저조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20개 은행 중 10개 은행은 관련 신고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상금 지급도 1건에 불과했다.

A은행 준법업무 관련 담당자는 “고액의 포상금이 주어질 경우는 시쳇말로 은행이 망할 정도의 중대 사안이라 해당 포상금을 주는 일이 발생해서도 안 되며, 발생하더라도 내부통제 전반에 걸친 심각한 문제를 인정하는 꼴이라 포상금 지급이 이뤄질 수도 없다”라며 “거액 포상금 지급 가능성이 낮기에 유인효과가 되기엔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내부고발자를 드러나지 않게 하는, 익명성 보장이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사내 조직 특성상 대상자를 계속해 감추기가 어려운 구조인 데다 일부 은행은 기여도 정도에 따라 인사고과 인센티브까지 반영하고 있다. 좋든 싫든 꼬리표가 계속 달린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다수의 내부고발자가 퇴사를 결심하기도 하는데, 회사가 휘청거릴 사건이 아니고서야 보상금은 은행 평균 퇴직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희망퇴직자 1인당 평균 총 퇴직금은 5억4000만원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연봉보다 못한 금액을 받으려 배신자 낙인을 각오하는 직원이 얼마나 될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을 제외한 다른 산업계에서도 내부고발에 대한 보상금 수준은 지난 2015년 이후 상한이 30억원으로 제한돼 있다. 관련 기준을 상향하는 부패방지권익위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정권 때 국무회의에서 다뤄졌지만, 보류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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