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구글, 시장서 부당한 지배력 사용”… 광고사업 일부 매각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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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판매-중개자 역할 동시 수행
시장지위 남용, 반독점 규정 위반”
美정부도 소송… 英은 조사 나서
구글, 세계 온라인 광고 28% 점유… “조사결과 동의 안해, 추가 대응”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14일(현지 시간) 구글의 디지털 광고 사업(애드테크) 일부에 대해 사실상 매각명령을 내렸다. 구글이 수집한 이용자 정보를 기반으로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구매자와 판매자, 중개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부당한 지배력을 사용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EU 집행위는 이날 심사보고서를 통해 구글이 디지털 광고 사업 부문에서 반독점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구글은 광고 시장에서 구매자와 판매자 양쪽 모두를 지배하는 점을 남용해 서비스 수수료를 높일 수 있도록 했고 이로 인한 이해상충이 만연해 있다”는 판단이 담겼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은 2014년부터 디지털 광고 입찰 과정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구글 서버를 통해 진행되는 디지털 광고 입찰 과정에서 자사 ‘애드 익스체인지(Adx)’에 경쟁 업체의 입찰가를 미리 알려준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EU 집행위는 구글이 이러한 행위를 통해 시장 전체의 광고 서비스 수수료가 높아지도록 했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은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구매, 판매, 거래소 서비스를 모두 운영한다.

EU 집행위는 2021년 6월부터 구글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구글이 경쟁사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자와 광고주의 이익을 저해해 온 관행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불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EU 집행위는 심사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광고) 사업 일부를 매각하는 것이 시장 경쟁 상황과 관련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명시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명령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선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대한 이례적인 강경책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U 집행위가 앞으로 정식으로 디지털 광고 사업 부문 일부의 매각을 명령할 경우 구글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광고 사업이 구글의 핵심 수입 사업이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 업체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구글의 전 세계 디지털 광고 시장 점유율은 28%에 이른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올해 1분기(1∼3월) 광고 매출은 545억5000만 달러(약 69조7600억 원)다.

구글은 “EU 집행위의 조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으며 추가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반발했다. 댄 테일러 구글 광고 담당 부사장은 회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EU 집행위가 발표한 내용은 디지털 광고 사업과 관련한 일부 주장만 담고 있다”며 “우리의 수수료는 투명하고 업계 전체 수준과 차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옛 페이스북) 등 다른 빅테크와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똑같이 경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미국과 영국에서도 디지털 광고 사업과 관련한 정부 소송에 대응하고 있다. 미 법무부와 캘리포니아 등 8개 주는 올해 초 구글의 디지털 광고 사업 부문을 해체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영국 경쟁당국도 구글의 디지털 광고 사업 부문의 반독점 규제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과거 EU는 구글 등 빅테크 관련 반독점 사건에서 벌금이나 시정 요구 등의 제재를 내렸다. EU가 2017년부터 약 2년간 구글에 대해 불공정 경쟁과 관련한 책임을 물으며 부과한 과징금은 82억5000만 유로(약 11조4000억 원)에 이른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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