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현지 입맛 잡아라”… 8개국 사로잡은 ‘K떡볶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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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리필 떡볶이 프랜차이즈 ‘두끼’
8개국 150개 지점으로 확장
현지화 전략과 고급 브랜딩으로
‘K떡볶이’ 선두주자로 우뚝

올해 초 문을 연 ‘두끼’의 호주 시드니 1호점. 최근 떡볶이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이 매장 역시 오픈 직후부터 현지인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다른 제공
올해 초 문을 연 ‘두끼’의 호주 시드니 1호점. 최근 떡볶이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이 매장 역시 오픈 직후부터 현지인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다른 제공
주방장이 없는 식당이 있다. 바로 떡볶이 프랜차이즈 ‘두끼’다. 매장에는 주방장 대신 각종 소스와 떡, 채소, 사리 등이 담긴 셀프 바가 준비돼 있다. 손님들은 소스와 재료를 담아 테이블로 가져와 직접 조리해 먹는다. 성인 기준 9900원만 내면 원하는 소스와 재료를 넣어 무한으로 즉석떡볶이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무한리필 즉석떡볶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시작한 두끼는 2014년 12월,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1호점을 오픈한 후 2년 만에 전국적으로 93개 매장을 거느리게 됐다. 2023년 4월 기준, 국내 매장 수는 238곳에 달한다.

해외에서도 성장세가 점점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5년 처음으로 낸 해외 매장인 중국 상하이 1호점에서 실패를 경험한 두끼는 같은 중화권인 대만으로 시장을 옮겨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 국가로 확장하며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올해 초 오픈한 호주 시드니 1호점을 포함해 2023년 4월 기준, 두끼의 해외 매장은 총 8개국 150개 지점으로 늘었다. 두끼는 어떻게 나라별 식문화 장벽을 깨고 글로벌 떡볶이 프랜차이즈로 도약했을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3년 4월 2호(367호)에 실린 두끼의 해외 진출 성공 비결을 요약, 소개한다.

● 현지 파트너에게 전권 부여
두끼 해외 진출 성공의 핵심 비결은 마스터 프랜차이즈다. 두끼는 첫 해외 진출 매장인 중국 상하이 1호점에서의 실패 경험을 통해 한국 본사가 각 나라의 생활 환경과 식습관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떡볶이를 잘 모르는 중국인 손님 대부분이 두끼의 콘셉트를 이해하지 못하고 떡볶이를 훠궈처럼 만들어 먹었기 때문이다. 또 한 상 넉넉히 차려 먹는 것이 예의인 중국 문화 역시 두끼가 내세우는 무한리필 시스템에 약점으로 작용했다.

이에 두끼는 나라별 식습관과 문화를 제대로파악하기 위해 한국 본사가 직접 해외 매장을 운영하지 않는 대신,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모집해 현지인들에게 사업 운영 권한을 줬다. 새로운 식자재를 도입하는 등 기존의 두끼 시스템에서 변경이 있을 때 본사와 협의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현재 각 나라의 마스터 프랜차이즈가 모든 권한을 갖고 두끼를 운영하고 있다. 현지 사정에 맞는 유연한 사업 전략을 펼쳐 성장하도록 전권을 준 것이다.

● 현지 입맛에 맞는 식재료 다양화
두끼가 이처럼 현지화에 힘쓰게 된 계기는 두끼 운영사 ‘다른’의 공동창업자 김관훈 최고마케팅경영자(CMO)가 해외를 다니면서 떡볶이와 관련된 경험을 쌓으며 얻었던 교훈 때문이다. 그는 창업을 준비하며 해외에서 떡볶이 메뉴가 보이면 무조건 주문해 먹어보기도 하고 현지인들에게 떡볶이를 직접 만들어 주기도 했다.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내린 결론은 ‘우리가 잘 아는 한국식 떡볶이로 해외에 진출하면 100% 망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특히 서양인들은 떡의 식감을 싫어했다”며 “찐득찐득한 떡을 언제까지 씹고 삼켜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일본 음식인 초밥이 서양인들의 입맛에 익숙한 캘리포니아롤 형태로 먼저 알려진 것처럼 그는 떡볶이도 현지인 입맛에 맞게 충분히 변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외국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가래떡 대신 파스타 느낌을 줄 수 있는 얇고 긴 떡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두끼가 개발한 ‘한끼떡’ ‘두끼떡’이다. 한끼떡은 둥근 우동면 모양의 떡이고, 두끼떡은 납작한 칼국수면 모양의 떡이다.

또 떡 외에 떡볶이에 들어가는 재료와 곁들임 음식들도 현지 입맛에 맞게 다양화했다. 현재 중화권인 대만 두끼에는 닭고기, 소고기로 만든 완자와 고수, 각종 차류가 준비돼 있다. 베트남 두끼는 현지 인기 메뉴인 치킨과 달콤한 옥수수가 특징이고, 태국 두끼에서는 크랩 튀김과 파인애플, 수박 등 신선한 과일이 인기다. 이처럼 두끼는 다양한 식재료는 물론이고 현지에 익숙한 향신료를 갖추며 현지화에 힘썼다. 현재 두끼 해외 매장 식재료의 70%는 국내와 동일하고, 30%는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향신료와 식재료로 대체되고 있다.

● 고급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브랜딩
이처럼 떡볶이 재료 외에도 치킨, 과일, 크랩 튀김 등 다양한 메뉴를 해외 매장에 갖출 수 있었던 건 두끼를 고급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브랜딩했기 때문이다. 성인 1인 기준 9900원에 무한리필로 즉석떡볶이를 즐길 수 있는 두끼는 국내에선 가성비 좋은 떡볶이 프랜차이즈로 알려져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국내보다 높은 가격대를 책정했다. 성인 1인 기준 이용 가격이 대만 1만9000원, 싱가포르 2만1000원, 태국 1만3000원, 필리핀 1만1000원 수준이다. 최근 새롭게 진출한 호주 매장에선 이보다 훨씬 높은 3만3000원에 이용 가격을 설정했다.

이처럼 두끼는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치킨, 완자 등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지만 현지인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떡볶이와 함께 갖추는 방식으로 식문화 장벽을 낮췄다. 현지인들에게 생소한 떡볶이만으로는 해외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해 고급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브랜딩한 것이다. 식기도 일반 분식집에서 찾아볼 수 있는 초록색 멜라민 그릇이 아닌 세련된 느낌의 스테인리스 식기를 사용하고 있다. 김 CMO는 “두끼만의 고급 브랜딩이 입소문을 타며 동남아에서 두끼가 사용하는 접시와 한식 뷔페 콘셉트를 따라 한 떡볶이 프랜차이즈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두끼#k떡볶이#마스터 프랜차이즈#식재료 다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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