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는 싱겁다고?…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술 ‘맥주’

  • 동아경제
  • 입력 2023년 5월 2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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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어떻게 하면 맛있게 마실 수 있을까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알고 마시는 맥주가 더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예승 오비맥주 맥주문화교육팀장은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남산와이너리에서 진행된 오비맥주의 비어마스터클래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21년 주류 트렌드에 따르면, 한국인의 월 평균 음주 빈도는 8.5일이다. 주종별로는 맥주가 42.2%로 가장 높았다. ‘국민 술’로 통하는 소주(25.4%)보다도 맥주를 찾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선호 주종도 맥주가 48.2%로 1위였다.

맥주의 맛은 △맥아 △홉(Hop) △효모 △물 등 크게 네 가지가 결정한다. 먼저 맥아는 맥주의 색과 풍미, 거품을 결정한다. 홉은 맥주의 쓴맛, 거품과 함께 보존제 역할을 한다. 맥주에는 술의 알코올 도수를 뜻하는 ABV(Alcohol by Volume)과 함께 IBU(Imtermational Bitterness Unit)라는 표시가 붙기도 하는데, 이것이 쓴맛의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다.

효모는 맥주의 발효를 돕고 향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맥아가 가지고 있는 전분이 당으로 바뀌면서 생긴 맥아즙이 효모와 만나 알코올과 탄산 성분으로 나뉜다. 마지막으로 맥주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물도 쓴맛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기본적인 쓴맛은 홉의 역할이지만, 전체적인 캐릭터를 결정하는 건 물이다. 물의 미네랄 함량이 높은 경수(Hard Water)를 사용하면 쓴맛이 강조되고, 미네랄이 낮은 연수(Soft Water)를 사용하면 비교적 부드러운 맥주가 만들어진다. 대표적인 흑맥주 기네스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흑맥주는 산성이 강한 볶은 맥아(다크 맥아)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기네스를 생산하는 아일랜드 더블린의 지역에서 사용하는 물은 경수로, 알칼리성을 띈다. 이 물이 볶은 맥아와 만나 중화되면서 기네스는 흑맥주임에도 유난히 부드러운 맛을 낸다.

1만여 년 이어진 역사… 맥주의 탄생
현재 맥주는 크게 라거(Lager)와 에일(Ale)로 나뉜다. 먼저 1300년 전 독일 바바리안(Bavarian)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라거는 이름은 ‘저장하다’(Lagern)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하면발효 효모를 사용해 저온(8~12도)에서 25~30일간 발효한다. 깔끔하고 청량한 라이트한 맛이 특징이다. 에일은 상면발효 효모를 사용해 상온(15~20도)에서 10~14일간 발효한다. 과일향이나 꽃향의 깊은 풍미가 특징이며, 일반적으로 라거에 비해 알코올 도수가 높다.

특히 에일은 맥주 역사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맥주의 역사는 세계 최초의 문명으로 평가받는 메소포타미아 문명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을 품고 있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시작된 건 문자와 정착 농경만이 아니었다. 맥주 역시 이곳에서 탄생한 것으로 본다.

우연히 곡물이 물에 젖은 채 방치됐고, 이를 뒤늦게 확인해보니 발효가 이뤄져 맥주가 됐다는 것이다. 솔로몬 카츠 펜실베니아 교수는 인류가 수렵 및 채집사회에서 정착 농경사회로 전환하는데 맥주의 발견이 촉매 역할을 했다고도 주장하기도 한다. 곡물의 재배를 늘리고, 발효까지 미리 해두어야 지속적으로 맥주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소포타미아와 함께 이집트에서도 맥주가 성행했다. 이집트에선 특히 맥주 양조기술이 발달했는데, 이후 이집트가 로마의 지배를 받으면서 유럽 문화권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세 시대 들어선 수도원을 중심으로 맥주가 발전했다. 맥주 양조장 역할을 한 중세 수도원에서 생산된 맥주를 ‘트라피스트 에일(Trappist Ale)’이라고 한다. 수도원 내에서 양조되고, 양조의 관리 감독이 수도사‧수녀에 의해서 이뤄져야하며, 수익의 90%를 지역 사회에 기부하는 등 조건을 만족하는 맥주만이 트라피스트 에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중세 시대 레페 수도원과 카르멜리엇 수도원에 만들어진 맥주가 트라피스트 에일이다.

‘에비 에일(Abbey Ale)’이라는 수도원 맥주도 있다. 1789년부터 시작된 프랑스 혁명으로 수도원이 파괴되고, 이를 상업 양조장이 부활시키면서 탄생한 맥주다. 즉 현재 유통되는 레페 맥주와 트리펠 카르멜리엇 맥주는 트라피스트 에일이 아니라 에비 에일인 것.

근대 영국은 맥주의 르네상스라고도 불린다. 맥아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때부터 페일 에일(Pale Ale) 양조가 이뤄진다. 흔히 IPA라고 불리는 인디아 페일 에일(India Pale Ale)의 탄생도 이 무렵이다. 19세기 인도를 지배하던 영국인들이 인도에서 맥주를 즐기기 위해 보존제 역할을 하는 홉을 다량 첨가한 맥주를 양조하면서다.

짧은 역사지만… 생활 속 자리 잡은 ‘라거’

에일에 비해 라거의 역사는 1000년이 안 될 정도로 으로 짧다. 그럼에도 라거는 국내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독일에서 시작한 라거는 오스트리아의 양조가 안톤 드레허(Anton Dreher)가 개발한 비엔나 라거, 체코의 플젠 지역에서 유래한 맥주 ‘필스너(Pilsner)’를 거치면서 큰 인기를 얻게 됐다. 특히 필스너는 체코의 사츠(Saaz) 지역 홉에 연수를 사용하면서 기존 라거와는 확연이 다른 부드러운 특징을 가진 맥주로 탄생했다.

18세기 독일인들이 미국으로 대거 이민하면서 미국에서도 맥주 양조가 본격화됐다. 당시 독일에는 홉, 보리(맥아), 물 등 세 가지 이외에는 어떠한 물질도 맥주에 첨가돼서는 안 된다는 ‘독일 맥주 순수령’이 있었다. 이 법령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발효에 필요한 효모의 사용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현재는 네 가지 성분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당시 미국에서 보리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었다. 미국에 양조장을 차린 독일인들은 보리 100%로 맥주를 양조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쌀이나 옥수수를 섞기 시작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아메리칸 라이트 라거(American Light Lager)’다. 쌀과 옥수수를 사용하면서 당의 분해 효율이 높아져 잔당감이 줄어들었고, 맥주의 맛이 깔끔하고 부드러워지는 효과를 낳았다. 부담 없이 음용이 가능한 아메리칸 라이트 라거는 현재 우리가 가장 즐겨 마시는 맥주이기도 하다. 바로 오비맥주의 카스가 아메리칸 라이트 라거다.

싱겁다는 오명… 한국음식 위한 카스

와인과 위스키가 그러하듯 맥주도 음식과의 페어링(Paring)이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음식은 맵거나 짠 자극적인 음식이 많다. 과일향 또는 쓴맛 등이 과하게 강조되면 오히려 음식과의 조화가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다.

카스는 일정하게 깔끔한 맛을 생산하는데 집중했다. 발효가 끝난 맥주에는 효모의 잔존물들이 부유하고 있기 때문에 72시간 콜드브루 숙성 방법을 활용했다. 잔존물을 가라앉히고, 그 위에 깔끔한 맥주만 추출하면서 카스는 낮은 잔당감으로 부드럽고 청량한 맥주로 탄생했다. 싱겁다는 오명을 썼지만, 알고 보면 한국음식에 맞춘 깔끔한 맥주인 것이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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