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연말 금리 0.5%P 내릴듯”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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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로버트슨 SC그룹 수석전략가

“(경기 침체 없는 물가 안정인)연착륙은 우리의 예상 시나리오가 아니다. 올해에도 경기 침체는 이어질 것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둔화 추세를 보이자 미 경제가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 경제 상황) 상태에 접어들 것이라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에릭 로버트슨 스탠더드차터드(SC)그룹 글로벌 리서치 헤드 겸 수석전략가(사진)는 25일 동아일보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이 같은 섣부른 기대에 선을 그었다.

로버트슨 전략가는 “올해도 약한 수준(mild)의 경기 침체가 이어질 수도 있다”며 “미국의 노동시장과 소비자 심리가 견고해 경기 침체를 피할 경우 연착륙이 가능할 수도 있으나 그것은 우리가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의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0.5% 하락했지만 소매판매액은 전월 대비 1.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연말 쇼핑 시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은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전망에는 동의했다. 로버트슨 전략가는 “미 금리와 달러 가치는 정점을 찍었다”고 단언하며 “연준이 올해 말 금리를 0.5%포인트 소폭 인하할 것”이라고 봤다.

로버트슨 전략가는 연준의 긴축 정책에 타격을 입은 한국 등 신흥시장에 대한 압력도 서서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연준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과 그 기업들의 금융 조달 비용 상승을 야기했고, 달러 가치에도 상당한 상승을 가져오면서 신흥국 경제에 타격을 주었다”며 “한국은 미 금리와 달러로 이중 고통을 받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 금리와 달러는 최고점을 찍었기에 신흥시장 압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촉발된 국가 간 기술 패권이 국제 정치를 좌우하는 이른바 ‘기정학(Tech-politics·技政學)’ 시대에 전 세계 공급망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가 생길 거란 전망도 내놓았다. 로버트슨 전략가는 “지난 몇 년 동안 한 국가에 공급망을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이 경제에 위험하다는 사실을 배운 미국은 세계 무역의 다각화를 확대하고 집중도를 낮추는 방향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재고 관리시스템의 변화를 거론하며 “재고를 쌓아두지 않고 필요할 때 제품을 공급하는 일명 ‘적시 생산(Just in Time)’ 시스템에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재고 보유(Just in Case)’ 시스템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의 재고 관리 구조가 비용 최소화와 효율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앞으로는 ‘위험 관리’가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로버트슨 전략가는 “세계화는 끝난 게 아니라 오히려 진화하고 있다. 신흥 경제국 간의 무역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올해 중국 경제 재개방이 이뤄진다면 아시아 경제와 무역은 회복될 것이고, 이는 분명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매우 좋을 것”이라고 평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골디락스#에릭 로버트슨#sc그룹 수석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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