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미분양 36채 공공임대용 매입… “건설사 특혜” 비판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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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색된 주택 시장 연착륙 위해
국토부도 ‘매입 임대’ 확대 추진
尹대통령 언급이후 관심 높아져
일각 “분양 실패, 세금으로 해결”

이달 초 윤석열 대통령이 취약계층 주거 안정을 위해 미분양 주택 매입을 검토해 달라고 주문한 이후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도 매입임대 주택 사업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택경기가 경색된 만큼 미분양 매입을 통해 시장 경착륙도 함께 방지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일각에선 ‘건설사 특혜’란 비판이 나온다.

1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전용면적 19∼24m² 36채를 공공임대를 위해 2억1000만∼2억6000만 원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총 매입금액은 79억4950만 원으로 분양가 대비 15% 낮은 가격이다. 매입 주택은 청년이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LH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곳은 지난해 2월 일반분양 당시 6.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주변 시세 대비 약 30% 비싼 탓에 미분양 됐다. 지난해 7월 입주를 앞두고 분양가 15% 할인, 관리비 지원 등의 혜택도 제공했지만 7차례 진행된 무순위 청약에서도 잔여 물량을 해소하지 못했다.

이번 매입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기존 주택 매입 공고’에 따른 결정이다. LH는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년 2차례 주택 매입을 공고하고, 요건에 부합하는 주택을 심의를 통해 매입한다. LH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이뤄진 공고에 따라 주택 약 1000채를 매입했고, 칸타빌 수유팰리스도 그중 일부”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진행돼온 미분양 주택 매입에 대한 관심이 최근 높아진 건 대통령의 언급 때문이다. 이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토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며 “정부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 취약계층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국토부는 매입임대주택 사업 확대를 검토 중이다. 주거안정뿐 아니라 미분양 급증으로 인한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한 취지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매입 방식이나 시기, 예산 등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5만8027채로 집계됐다. 전월(4만7217채)과 비교하면 22.9%(1만810채)나 증가한 수치다. 미분양 주택이 한 달 새 1만 채 이상 늘어난 것은 2015년 12월(전월 대비 1만1788채 증가) 이후 6년 11개월 만이다. 정부가 위험 선으로 보는 미분양 규모(약 6만2000채)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지만, 증가 속도가 가파른 만큼 선제 대응에 나서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민간 건설사가 고분양가를 내걸었다 실패한 사업을 세금으로 해결해주는 특혜란 논란이 나온다. 미분양 주택 해소가 시장 경착륙 방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역시 미지수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미분양 주택은 분양가는 물론이고 입지 측면에서도 시장에서 외면받은 곳이라 공공임대로 공급한다 해도 호응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미분양 주택 매입 단가를 분양가에서 대폭 낮춰서 건설사가 당장 급한 자금 조달 정도만 가능하도록 기준을 정해야 특혜 시비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lh#미분양 주택 매입#건설사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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