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생산비용 8.7% 치솟아… 13년만의 최대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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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비 급등… 산업계 비상

국내 철강업체 A사는 최근 철광석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원에 근접하며 원료 구매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까지 늘어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중견 정보기술(IT) 기업 B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이 골치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경쟁사 대비 높은 연봉으로 인재를 유치해야 하지만 업계 연봉이 매년 10%씩 오르다 보니 ‘집토끼 지키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애써 뽑은 신입·경력 직원들이 주변 대기업이나 외국 기업으로 줄줄이 이직하다 보니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비용만 커지고 있다.


21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기업들의 생산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8.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 임금이 일제히 올랐기 때문이다. 생산비용 증가율은 2009년(10.8%) 이후 13년 만의 최대치다. 하반기(7∼12월)에도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임금 인상 압력도 커질 것으로 전망돼 기업들의 생산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 분석 결과 국내 전체 산업 생산비용 증가율은 2011∼2021년 평균이 1.9%였다. 올해 상반기 증가율이 예년의 4.6배에 이르는 셈이다. 생산비용 증가율 중에서는 임금 인상이 3.2%포인트로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3.0%포인트, 고환율은 2.5%포인트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10.6% 증가해 서비스업(6.6%)보다 증가 폭이 컸다. 석유정제(28.8%), 화학(10.5%) 등 올해 상반기 고유가에 직접 영향을 받은 업종에서 생산비용 증가가 특히 두드러졌다.

IT를 비롯한 전문 과학기술, 금융보험 등 서비스업은 인건비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김천구 SGI 연구위원은 “보건복지, 도소매 등 저부가 서비스업도 임금이 많이 올랐는데, 이들 산업은 진입 장벽이 낮아 비용을 서비스 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렵다”며 “고용 감축, 사업장 폐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앞으로도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계속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기업 부담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데 시장은 오히려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기업들이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전 세계 경기가 위축되며 국내 경제도 많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출도 상대적으로 정체되는 모습이어서 기업들은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비용 증가는 결국 기업의 성장성도 떨어뜨리게 된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신사업 발굴에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강(强)달러와 무역수지 적자 행진이 겹치면서 증시가 하락세를 거듭하는 것도 기업들로서는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은 2019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3년간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외국인투자가의 국내 주식에 대한 매도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재계 관계자는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지다 보면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보다는 주가 관리를 위한 경영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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