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 백세주는 안 된다는데…‘힙한’ 원소주가 전통주인 이유

  • 동아경제
  • 입력 2022년 4월 26일 13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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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에서도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박재범 소주’(원소주)에 대한 관심과 함께 전통주 기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MZ세대 사이에서 ‘힙한’ 술로 통하는 원소주는 전통주로 분류돼 온라인 판매가 가능지만, ‘화요’ ‘백세주’ 등 흔히 전통주로 인식되는 일부 술은 법적으론 전통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현행법상 ‘전통주’라는 용어가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傳統)’보다 폭넓게 정의돼 있기 때문이다. 전통주산업법, 주세법 등에 명시된 전통주의 정의는 △주류부문의 국가 또는 시도 무형문화재의 보유자가 제조한 술 △주류부문의 대한민국식품명인이 제조하는 술 △농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와 어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제조장 소재지 관할 특별자치시·특별자치도·시·군·구 또는 인접 시·군·구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 원료로 제조한 술 등이다. 전통주로 분류되면 온라인 판매 허용, 주세 감면 등 혜택이 주어진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요건은 무형문화재 보유자나 식품명인 등 자격을 갖춘 자가 제조한 ‘민속주’로, 일반적인 ‘전통’의 의미에 가깝다. 하지만 세 번째 요건은 ‘전통’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법 조항에선 해당 요건에 해당하는 술을 ‘지역특산주’라 부른다.

원소주는 ‘지역특산주’에 해당한다. 박재범이 대표로 있는 원스피리츠는 강원도 원주 소재 농업회사법인이며, 강원도 지역에서 생산된 쌀로 원소주를 만들어 ‘지역특산주’ 요건에 부합하도록 했다. 현재 원소주 생산은 충북 충주 소재 양조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흔히 전통주로 인식되는 막걸리는 어떨까. 서울장수막걸리의 ‘장수막걸리’ 등 현재 흔히 접할 수 있는 막걸리의 원재료는 대부분 수입산 쌀이 포함돼 전통주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순당의 백세주도 원재료 중 전분이 수입산이다.

농어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가 아니어서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광주요그룹의 증류식 소주 ‘화요’, 더본코리아가 백술도가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백걸리’ 등이 이 경우다. 반면 국순당의 증류소주 ‘려(驪)’는 전통주다. 국순당이 경기도 여주 농민과 합작해 세운 농업회사법인 국순당 여주명주가 생산하는 술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통주에 해당하지 않는 이들 술 중 일부는 ‘전통주 등’으로 분류된다. 전통주산업법은 예로부터 전승되어 오는 원리를 계승·발전시켜 진흥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정한 술로 정의하고 있다.

주류업계에서는 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막걸리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많은 막걸리가 ‘전통주 등’으로 분류되는데, 이 경우 젊은 세대가 ‘막걸리는 전통주가 아니다’라고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오해 가능성이 더욱 높다”며 “주세 감면 등 혜택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전통주라고 부를 수 있도록 ‘혜택이 배제된 전통주’ 논의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통주산업법 주관부처인 농식품부 관계자는 법의 목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해당 법 제1조는 ‘이 법은 전통주 등의 품질향상과 산업진흥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경쟁력을 강화하고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여 농업인의 소득증대와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통적인 주조 방식으로 만들어진 술을 모두 전통주로 인정한다면, 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조 방식에만 집중할 경우 객관적인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전통주 등’을 규정할 때 등장하는 ‘예로부터’라는 표현 자체가 객관적인 기준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지역특산주를 전통주에서 분리해야 한다거나, 혜택을 배제된 전통주를 논의해달라는 등 요구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다. 이 부분은 관련 부처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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