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탈원전 백지화’에 떠오른 SMR…“경제성 갖기 어려워” 낙관론 우려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17일 0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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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탈원전 정책 백지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소형모듈원자로(SMR)가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실현가능한’ 탄소중립 정책 이행과 관련해 SMR을 언급하면서, 탈원전과 맞물려 새 정부가 강조하는 녹색 기술 중 하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최근 정치권과 업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SMR은 흔히 소형화를 통해 안정성과 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차세대 원전으로 선전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SMR이 원전의 흐름을 바꿀 ‘게임 체인저’는 아니라며 근거없는 낙관론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원전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SMR 사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경제성이다.

SMR은 발전량 300메가와트(㎿) 이하 소형원전으로 공장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원전 건설기간과 비용 측면에서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SMR 개발 진도가 가장 빠르다고 평가되는 미국의 뉴스케일 파워도 발전 단가, 건설 단가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뉴스케일은 원자로 용량을 지난 2003년 30㎿ 용량에서 2015년 50㎿, 2018년 60㎿으로 키워 2020년에야 77㎿에 도달했다.

같은 기간 건설단가는 1㎾당 2003년 1241달러, 2015년 5078달러, 2018년 4200달러였고, 2020년에는 8500달러까지 늘어났다.

대형원전에 비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는 소형원전은 기본적으로 발전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분산형으로 여러 개로 구성되는 SMR의 높은 건설 단가는 자연스럽게 발전 단가를 높이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SMR은 전세계 어디에도 표준설계가 나와있지 않다”며 “업체들이 설계하는 게 그만큼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석 전문위원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사도 650㎿(AP600)로 경제성이 안 나온다는 걸 20년 전에 이미 판단한 사례가 있다”며 “그보다 훨씬 작은 300㎿ 원자로가 경제성을 갖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의 수용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지 않다.

최근 윤석열 당선인 캠프에서 원자력·에너지 정책분과장을 맡았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충남 당진 석탄화력발전소에 SMR을 지으면 된다고 언론에 언급했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주민들의 반발에 인수위측은 “개인적 의견”이라며 “인수위 차원에서 전혀 검토하거나 고려하는 사안이 아님을 알려 드린다”고 무마했지만, SMR에 대한 한국의 인식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평가된다.

아울러 SMR은 분산형 원자로인 만큼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곳에서 핵 폐기물이 발생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운반 및 저장, 관리가 까다롭다.

새 정부가 친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고준위 방사선폐기물 특별법 문제로 당장 만들어지고 있는 사용후핵연료도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영구처분 시설 건설에 소요되는 기간은 약 37년이다. 당장 법을 통과시켜 부지를 강제로 선정해도 37년은 걸린다는 말이다.

SMR이 국내 상용화될 경우 핵폐기물 처리를 위한 법안이 추가로 마련돼야 할 텐데, 한국의 주민 수용성과 원전 인식을 고려했을 때 벌써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SMR의 안전성이나 경제성, 실용성 측면이 너무 과장되어 있다며 국내 상용화보다는 해외 수출용 SMR 개발을 조언했다.

윤 당선인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국내 SMR 개발 사업은 오는 2028년 이후 상용화될 전망으로, 윤석열 정부 내 SMR 설치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국토 면적에 비해 전력 요구가 많기 때문에 작은 원자로는 도움이 안 된다”며 “한국에선 수출 상품으로 SMR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안전성도 과장됐다”며 “대형 원전이라 위험한 게 아니다. 얼마만큼 돈을 들이냐에 안전은 비례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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