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4%대 ‘10년만에 최고’… 치솟은 유가에 연쇄 급등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5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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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글로벌 전개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당분간 물가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물가 안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안정화 의지를 보였던 정부가 10년 만에 4%대로 치솟은 3월 물가에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 확대와 유가 보조금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대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고물가 현상을 국내 대책으로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가 치솟으며 물가도 연쇄 급등

5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물가지수를 구성하는 458개 품목 중 351개 품목이 지난해 대비 모두 올랐다. 4개 품목 중 3개 품목이 1년 사이 가격이 오른 셈이다.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건 기름값이다. 석유류 가격 인상률은 3월 31.2%로 2월 상승 폭인 19.4%보다 더 가팔라졌다. 석유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에 영향을 끼치는 기여도도 2월 0.79%에서 3월 1.32%로 0.53%포인트 커졌다. 그 결과 석유류 물가에 영향을 받는 공업제품 등 나머지 물가 전반을 올렸다.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35.5%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30%대로 올라섰다.

서민 경제 큰 영향을 끼치는 가공식품도 6.4% 올라 2012년 4월(6.5%) 이후 최대로 올랐다. 가공식품과 석유류로 구성된 공업제품 물가가 6.9% 뛰면서 2008년 10월(9.1%) 이후 최대폭으로 인상됐다. 외식 물가(6.6%), 집세(2.0%) 물가가 연쇄적으로 뛰면서 장바구니 물가로 인식되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대비 5.0% 인상되면서 2월 인상 폭인 4.1%를 상회했다. 서민들의 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 서비스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했다”며 “이달 상승 폭 확대는 대부분 석유류 가격 오름세 확대에 기인한다”라고 했다.
유류세 인하폭 확대, 유가 연동 보조금 지급

물가 오름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서민경제 부담을 키우는 것은 물론 전반적인 국내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유지하고 올해 연간 상승률은 한은 기존 전망치인 3.1%를 웃돌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지난해 말 예견한 올해 물가상승률은 2.2%였다.

정부는 이에 물가 안정화 차원에서 5월부터 7월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연비가 L당 10㎞를 가는 차가 하루 40㎞를 주행하면 유류세 20% 인하 때보다 1만 원 정도 절감된다.

이와 함께 대중교통, 물류 업계 부담 경감 차원에서 유가연동 보조금을 5월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지급한다. L당 1850원의 기준가격 이상으로 오른 유가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한다. 한도는 L당 183.21원이다.

다만, 정부 대책은 고유가에 직격탄을 맞는 일부 계층에 한정된 것으로 전반적인 물가 안정화 대책으로 보기에는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물가를 잡을 대책은 현재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라며 “다만, 수입가격을 내리는 차원에서 환율 안정화 정책을 병행해 물가를 일정 수준 잡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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