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눈치보기에… 임기 끝난 금융공공기관 임원들 인선 지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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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코 등 7곳 임원 80명중 35명… 임기 마쳤거나 연내 만료 앞둬
차기 정부 낙하산 인사 우려… 금융위 “후임 올 때까진 임기연장”
전문가 “정권 전리품돼선 안돼”

IBK기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금융공공기관 7곳의 임원 40% 이상이 이미 임기를 끝냈거나 올해 임기를 마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후임 인선 절차가 지연되고 있어 ‘새 정부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 유관 경력이 있는 전문가를 선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금융공공기관 7곳의 기관장 감사 이사 비상임이사 등 전체 임원 80명 가운데 35명이 임기가 이미 끝났거나 올해 만료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중 16명은 올해 상반기(1∼6월) 임기가 끝난다.

대표적으로 기업은행은 이달 26일 신충식, 김세직 비상임이사의 임기가 만료된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이달 초 이들의 후임으로 사외이사 후보 3명을 추천했지만 여전히 신임 사외이사에 대한 윤곽은 나오지 않고 있다. 경우에 따라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이사회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은행장이 제청하고 금융위원회가 임명하는데 금융위는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서둘러 임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법과 정관상 후임자가 선임되지 않으면 기존 이사들이 새 이사가 올 때까지 연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캠코에서는 홍영 상임이사의 임기가 지난해 11월 14일 끝났지만 4개월이 넘도록 후임자 선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KDB산업은행도 이달 29일 손교덕 비상임이사의 임기가 만료된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거쳐 산은 회장의 제청으로 금융위가 임명하는 자리지만 여전히 임추위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새 이사 임명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조점호, 설인배 상임이사의 임기가 다음 달 8일자로 끝나지만 인선 작업이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도 지난해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상임이사 자리가 하나 늘었지만 아직 선임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공공기관이었던 한국예탁결제원은 30일 주주총회에서 신임 감사를 선임해야 하지만 인선 작업이 멈춘 상태다. 예탁원은 지난달 24일 감사 공모에 대한 서류 제출을 마감했지만 면접 등 향후 일정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현 정부가 임기 말 주요 공공기관에 이른바 ‘알박기 인사’를 한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차기 정부에서도 전문성이 필요한 금융공공기관 임원 자리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금융공공기관 임원 자리는 그동안 정권의 전리품처럼 여겨졌다”며 “정부 정책과 손발을 맞춰야 하는 자리와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를 이원화해 임명하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히 금융공공기관 경영진을 견제해야 하는 감사 자리에 낙하산이 임명되는 사례가 많았는데 새 정부에서는 논공행상식 인사가 아닌 전문성 있는 인사를 선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금융공공기관#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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