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불확실성에… “하루 10시간 미만 초단기 알바 급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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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짜리’뽑고 원하는 때에 일하고, 단기알바 매칭 플랫폼 이용도 늘어

서울 강남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진용 씨(29)는 최근 고정 아르바이트생은 2, 3명만 남기고, 모자란 일손은 하루 3∼6시간가량 일하는 초단기 아르바이트생으로 메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거리 두기 조치가 수시로 바뀌면서 매출 변동이 커졌기 때문이다. 박 씨는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이후 다시 거리 두기가 격상되는 등 불확실성이 많아 일손이 필요할 때만 초단기로 사람을 뽑아 쓰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중순 대학생 정모 씨(25)는 사흘 동안 초단기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하루는 술집, 하루는 고깃집 등으로 가게를 옮겨 다니며 하루에 약 6∼10시간 동안 일했다. 시급 1만 원가량을 받아 사흘 동안 약 26만 원을 벌었다. 정 씨는 “5, 6년 전만 해도 초단기 일자리를 구하려면 택배나 편의점 등 선택의 폭이 한정적이었지만 최근엔 종류와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했다.

최근 일자리 시장에서 하루에 10시간 미만으로 일하고 바로 임금을 지급받는 ‘초단기 아르바이트’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급변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고정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중장기 아르바이트 채용을 기피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데다, 남는 시간에 일하길 원하는 20, 30대 ‘N잡러족(族)’도 많아지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시장이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김혜선 씨(23)도 코로나19로 다니던 직장의 월급이 줄자 초단기 아르바이트 플랫폼을 이용해 짬짬이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지난달부턴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취업 준비와 초단기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김 씨는 “초단기 아르바이트의 경우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에 일할 수 있어 정해진 날짜에 출근해야 하는 고정 아르바이트에 비해 부담감이 덜하다”고 말했다.

초단기 아르바이트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이를 매칭해주는 플랫폼 이용도 늘어나고 있다. 단기 아르바이트 매칭 플랫폼 ‘급구’에 따르면 11월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이후 단기로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공고의 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에 비해 250% 이상 증가했다. 단기 알바 채용 지원자 수도 지난해 10, 11월에 비해 올해 같은 기간 약 127% 증가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는 월간 이용자 수(MAU)도 20만 명을 넘는다. 또 다른 단기 아르바이트 플랫폼 ‘크몽 쑨’도 지난달 일평균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수가 올해 3월에 비해 약 7배로 늘었다.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 불확실성에 따른 인건비 부담에 더해 주 15시간 이상 채용할 경우 주휴수당을 제공해야 하는 등 고정비 지출이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도 자영업자의 초단기 아르바이트 채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동식 크몽 쑨 팀장은 “코로나19로 매장 손님이 줄어 기존 근무자를 해고하고 바쁜 시간에만 단기 알바를 채용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며 “해고된 사람들이 다시 단기 알바 시장으로 몰려들며 단기 알바의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매칭 플랫폼 ‘급구’를 운영하는 업체 ‘니더’의 신현식 대표는 “2015년부터 초단기 아르바이트가 점차 늘어나긴 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며 유의미한 일자리 형태로 자리 잡았다”며 “정규직 채용 인원이 늘어날수록 고정비 지출이 많아지기 때문에 단기 알바를 통해 인력 수급을 하는 자영업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거리두기#불확실성#초단기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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