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SH, 공공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수익률 35%’ 고분양가 논란 일듯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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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 고덕강일 분양원가 1134만원, 분양가 1756만원
원가분석 통한 분양 수익률 첫 공개


서울시-SH공사, 공공아파트 분양원가-수익률 공개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에 지은 공공아파트의 3.3m²당 분양 원가는 1134만 원으로 일반분양가의 65% 수준이라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밝혔다. 공공아파트 분양에 따른 수익률이 35%에 이르러 고분양가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과 민간을 통틀어 원가 분석을 통한 아파트 분양수익률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간 아파트의 분양 원가가 같은 수준이라고 보면 민간 건설사도 3.3m²당 비슷한 규모의 분양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민간 아파트는 택지비와 건축비 구조가 다른 만큼 공공아파트 분양 원가만으로 민간의 분양수익을 추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34개 공공단지 분양원가 공개

서울시와 SH공사는 2011년 이후 SH공사가 지은 단지 34곳의 분양원가를 내년까지 모두 공개한다고 15일 밝혔다. 공개 대상은 건설 원가 61개와 택지조성 원가 10개 등 71개 항목이다. SH공사는 지난해 서울 구로구 항동 공공주택지구4단지의 건설 원가만 공개했다. 하지만 아파트 분양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택지조성 원가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며 이번에 택지조성 원가까지 공개했다.

SH공사는 이날 2019년 8월 분양한 고덕강일4단지의 분양 원가를 처음 공개했다. 이 단지의 평당 택지조성 원가는 445만 원, 건설 원가는 689만 원이었다. 분양 당시 평당 1756만 원에 분양해 원가(1134만 원)를 제외한 622만 원이 SH공사의 수익이었다. 분양가의 35%가 분양 수익인 셈이다.

이 단지는 1239채 규모로 공공임대 물량(597채)을 제외한 642채만 분양했다. 이를 통해 거둔 총 분양 수익은 단지 내 공공임대 주택 건설비와 다른 공공임대 유지보수비, 다가구 공공임대 매입비로 쓰였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분양 원가 공개가 분양가의 ‘거품’ 제거에 기여했으면 한다”고 했다.

○ “분양가 인하 유도하기는 힘들 듯“


전문가들은 원가 공개는 투명한 정보 공개 차원에서 바람직하지만 분양가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분양가 거품 논란은 주로 민간 아파트에서 제기하지만 이번에 원가가 공개된 아파트는 SH공사가 짓는 공공아파트이기 때문이다.

공공아파트의 분양 원가를 토대로 인근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가 적정한지 따져보려고 해도 변수가 워낙 많다. 강일4단지와 붙어 있는 민간 아파트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힐스테이트)’은 2020년 12월에 분양했다. 당시 3.3m²당 분양가는 2230만 원으로 고덕강일4단지보다 474만 원 비쌌다. SH공사 강일4단지의 분양 원가(3.3m²당 1134만 원)를 단순 적용하면 분양가 대비 수익률이 50%에 이른다.

하지만 분양 시기가 1년 4개월 늦어 그사이 집값 상승분이 반영된 데다 택지와 건설 원가도 크게 차이가 나는 만큼 실제 수익률은 이보다 20%포인트가량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공공택지를 낙찰 받아 민간이 아파트를 지을 경우 수익률은 “전체 분양가의 20∼30% 수준”이라고 말했다. SH공사가 조성한 택지에 직접 아파트를 지을 경우 택지비는 조성 원가 수준이지만 민간은 SH공사에 감정가대로 택지를 매입하기 때문에 택지원가가 더 오르게 된다.

고덕강일4단지와 힐스테이트 부지 면적은 각각 4만5043m², 4만8230m²로 그 차이는 7% 정도다. 민간 건설사가 힐스테이트 부지를 매입한 감정가는 2917억 원으로 고덕강일4단지 택지조성 원가(691억 원)의 4배가 넘는다. 똑같은 품질의 아파트를 짓더라도 민간 분양가가 비쌀 수밖에 없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애초에 택지 원가는 물론이고 건설 원가가 다른데 공공과 민간아파트 분양가를 단순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민간 건설사들은 따로 분양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 가운데 공공아파트의 분양 원가만 공개함으로써 모든 민간아파트 분양가를 ‘거품’으로 단정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공공 수익률#고분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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