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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원자재 가격 올라도 납품 대금은 그대로

입력 2021-12-14 03:00업데이트 2021-12-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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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쪼그라든 ‘中企 운동장’]〈6〉中企 납품 단가 제값 받아야
중소제조업 49% “1분기 매출액 감소”… 원자재 비용 상승분 단가 반영 안돼
거래 중단 우려 대금 조정 신청 안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등 필요
충북의 한 전력케이블 제조업체 A사는 올해 수익성이 8%가량 줄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는데 이 비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컴파운드(절연재료의 일종)의 가격은 약 100%, 철선과 테이프는 40∼50% 상승하면서 A사의 제품 생산비용은 15%가량 올랐지만 납품단가는 2∼3% 오르는 데 그쳤다. A사 대표는 “제조중소기업끼리 납품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상승한 원자재 가격만큼 올려 받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 7월 중소제조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원자재 가격 변동과 관련해 설문조사한 결과 2곳 중 1곳(49.6%)은 ‘올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1분기에 비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들은 납품단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납품대금 문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제기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철강,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지만 납품대금은 그대로라는 지적에 이듬해인 2009년 하도급법에 ‘원자재 상승 납품대금 조정’이 신설됐다. 2011년과 2020년에는 각각 중소기업협동조합과 중기중앙회가 개별 기업 대신 납품대금 조정을 대리 신청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납품대금 조정을 신청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협동조합을 대표하는 기업마저도 자신이 납품대금 조정 신청을 한 것이 알려지면 대기업으로부터 거래 중단을 당할까 봐 두려워 신청을 꺼린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경우 개별 기업이 신청하지 않아도 중기중앙회가 직접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을 때 대금을 의무적으로 조정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검토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철강이나 석유화학 등 재료를 독과점으로 공급하는 대기업들의 협조도 필요하다. 독점 지위를 이용해 원자재 단가를 수입 가격 인상분보다 더 올리거나 예고 없이 가격을 인상하면 중소기업들은 제조 대기업과 계약을 맺을 때 인상된 가격을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제조업체들은 대기업으로부터 원자재를 조달해 중간재를 생산하고 이를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는데, 원자재 가격 인상과 납품단가 미반영 등의 문제로 샌드위치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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