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가 머리 흔드는 ‘車반도체 대란’… “미래차 전환기 일시 정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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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폭스바겐 등 공장 가동 중단

“꼬리(차량 반도체)가 머리(완성차 업계)를 흔들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감산에 나선 데 이어 현대자동차도 울산1공장 임시 휴업에 들어가자 업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테슬라, 폭스바겐, GM 등 세계 곳곳의 완성차 공장이 멈춰서면서 글로벌 생산 손실은 올해 1분기(1∼3월) 기준 약 1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차량 반도체 수급난 3분기까지 갈 것”

업계에서는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이 올 3분기(7∼9월)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 반도체 품귀가 장기화하는 원인으로 반도체 업계는 ‘미래차 시장 성장세와 차 반도체 시장의 속도 차이’를 꼽는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선두 업체들이 진입하기엔 아직 완성차 업계에서 요구되는 반도체 수준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의 차량 반도체 시장은 주로 반도체 산업 고성장 시기 ‘치킨게임’에서 밀려났던 독일 인피니온이나 네덜란드 NXP 등 저사양 반도체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품질 칩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데다 교체 및 사후서비스(AS) 주기도 스마트폰이나 PC보다 훨씬 긴 10∼15년인 만큼 반도체 업계 선두 업체들이 진입할 유인이 떨어진다.

여기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완성차 수요가 떨어지는 틈을 타 해당 업체들이 이미지 센서 등 다른 저사양 칩 시장으로 생산라인을 일부 돌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2월 미국 텍사스 한파로 인한 인피니온·NXP 공장 타격과 3월 일본 르네사스 공장 화재 등으로 수급난은 더욱 심화됐다.

○ 고도 자율주행 열리면 ‘티핑 포인트’ 온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차량 반도체 시장의 ‘티핑 포인트’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향후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 시장이 열리고 고사양 인포테인먼트 수요가 높아지면 그동안 없던 새로운 고성능 칩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자율주행차 한 대가 곧 데이터센터 서버 한 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향후 5년 내 고도 자율주행 단계(레벨 4)가 실현될 경우 주행지원 프로그램용 낸드플래시는 최대 1TB(테라바이트)급, 인포테인먼트용 낸드는 최대 512GB(기가바이트)급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고도 자율주행 단계의 경우 최대 12개의 카메라가 전송하는 이미지 정보를 초당 10GB 속도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량용 고성능 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아우디에 차량용 칩 ‘엑시노스 오토’를, 테슬라에 자율주행칩을 납품하고 있다. 또 하만과 공동 개발한 5G 텔레매틱스 유닛을 BMW 전기차에도 탑재할 예정이다. 차량용 이미지 센서인 ‘아이오셀 오토’를 출시하며 자율주행차 시장도 준비 중이다. SK하이닉스도 별도로 오토모티브사업 조직을 운영하며 차량용 고품질 메모리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차 성장에 따라 2026년 약 676억 달러의 시장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차량 반도체 품귀는 미래차로의 전환기에 나타나는 일시 정체 현상에 가깝다”며 “향후 차량 반도체 시장에서도 고사양 반도체들이 대거 들어가는 전환점을 맞으면 국내나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선진 업체들이 대거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차량 반도체#미래차 전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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