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매출 1년새 7조→13조… WSJ “알리바바 이후 최대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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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뉴욕증시 상장 추진]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고객이 ‘쿠팡 없이 그동안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경탄하는 세상을 만들겠다.”

쿠팡이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 상장신고서에 명시한 회사 사명(mission)이다.

이 사명처럼 쿠팡은 뉴욕 증시 상장을 통해 이미 국내 1위인 유통물류망을 더 강화하고 유통부터 음식 배달,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시장을 장악할 계획이다. 최근 10년 동안 쿠팡이 유통업계에 몰고 온 변화의 바람이 더 거세게 몰아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유통업계의 이단아’ 김범석이 몰고 온 바람
쿠팡의 과감한 시도는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43) 특유의 기업가 정신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중학생 때 미국으로 이민 간 김 의장은 하버드대 정치학과 재학 당시인 1998년 잡지 ‘커런트’를 창간해 3년 만에 10만 부 규모로 키워 2001년 뉴스위크에 매각했다.

김 의장은 2010년 한국에 돌아와 7명의 창립 멤버와 쿠팡을 만들었다. 미국에서 할인권 등을 공동구매하는 소셜커머스가 고속 성장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단순히 상품을 중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2014년 ‘로켓배송’(당시 서비스명 와우딜리버리)을 도입해 변화를 꾀했다. 자체 물류센터와 배송직원을 두고 자정 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물건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여기에 ‘직매입’을 통해 상품 판매까지 시작했다. 이후 로켓와우(월 2900원으로 무료 배송, 무료 반품), 로켓프레시(신선식품 배달), 로켓직구(해외 상품 대리 구매), 쿠팡이츠(음식 배달) 등의 서비스를 줄줄이 선보였다. 쿠팡은 싸고 빠르고 친절한 배송 서비스로 유통업계의 ‘이단아’로 불렸다. 지금은 거래액 기준 이커머스업계 2위, 매출액 기준 1위인 선두주자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은 독특한 시도를 바탕으로 경쟁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유통업계에 위협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13조2478억 원에 달한다. 2019년보다 91% 성장했다. 영업손실도 약 5842억 원이지만 2019년 7205억 원보다 크게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안전감시단 운영, 방역시스템 마련 등에 5000억 원을 지출한 것을 고려하면 거의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은 3338억 원으로 7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쿠팡이 밝힌 ‘충성고객’(최근 3개월간 구매한 고객)은 1485만 명에 이른다.

○ 물류센터 더 짓고 클라우드로 사업 확장
지금까지 쿠팡은 물류센터와 배송시스템 확충에 드는 돈을 소프트뱅크비전펀드와 세쿼이아캐피털 등 해외 벤처캐피털(VC)로부터 유치한 34억 달러로 충당했다. 하지만 2018년 이후 신규 투자를 받지 못했다.

쿠팡은 이번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공격적 투자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상장으로 일단 10억 달러(약 1조1070억 원)를 조달하겠다고 밝혔지만 공모가와 신주 발행 규모에 따라 조달액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은 신고서에서 “풀필먼트와 물류센터를 건설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는 한편으로 배송 시간을 줄이고 비용 구조를 최적화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클라우드 사업 관련 상품권을 출원하고 미국 아마존처럼 클라우드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해 유통 기업을 넘어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은 자사 사업의 위험 요소를 설명하면서 ‘사업을 다른 나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밝혀 해외 진출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병태 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상장 기업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해외 여러 기업과 인수합병(M&A), 제휴 등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쿠팡의 해외 진출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쿠팡이 풀어야 할 남은 숙제도 만만치 않다. 쿠팡은 창업 이후 11년째 적자다. 누적적자 규모는 여전히 4조 원대다. 여기에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네이버 같은 IT 강자와 오프라인 강자인 신세계 등의 위협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유통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규제 이슈도 넘어야 할 산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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