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기업들, 컨테이너선 부족-운임 상승에 발동동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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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성수기에 ‘물류대란’ 비상
국제 화물운임지수 역대 최고치
대기업도 컨테이너선 확보 못해 부산항 인근에 제품 일주일씩 대기
中企는 길게는 두달씩 기다려야

부산=뉴스1
부산=뉴스1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국내 수출 기업들이 예상 못한 물류대란을 맞아 고민이 커지고 있다. 최대 소비시장으로 꼽히는 북미지역 소비가 되살아나고 있지만 물건을 미국으로 보내줄 배와 컨테이너가 모자란 상태다. 덩달아 운임 비용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가격경쟁력 하락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18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국제 화물운임 동향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1월 둘째 주 기준 1857.33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SCFI는 산출 시작일(2009년 10월 16일)을 ‘1000’으로 보고 시기별 운임 지수를 산출한다. 11월 둘째 주 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에 번지기 시작한 4월(818.6)과 비교해 127% 상승한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북미 지역에서 코로나19로 움츠렸던 정보기술(IT) 제품 등 소비재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돼 교역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원인”이라며 “해운사들이 서둘러 선박 운항 규모를 정상화했지만 중국의 급증한 물량을 받아내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수출 물량이 많아 6개월∼1년 단위로 운임 계약을 맺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조차 물류대란의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을 출발해 한국 부산항을 거쳐 미국으로 향하는 해외 선사 선박들은 부산 입항 이전부터 만선인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기업은 제품을 실을 컨테이너선이 없어 상당수가 일주일 이상 부산항 인근에 수출 제품을 쌓아놓고 대기 중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협상력이 좋은 대기업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아 선사가 매일매일 제시하는 틈새 공간을 기다리다 수출 물량을 채워 넣는 식으로 임시방편으로 물건을 보내고 있다”며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길게는 두 달 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전통 성수기’로 불리는 11, 12월을 앞두고 이 같은 물류대란이 벌어져 더욱 아쉬움이 크다. 실제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대목이 이어지는 4분기(10∼12월)는 제품 수요가 급증하는 때다.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펜트업(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 수요, ‘집콕’ 경제 활성화로 위생관리 및 건강상품, 가전제품 등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 기업들로서는 한국∼미국 직항 노선을 다니는 HMM(옛 현대상선)을 비롯한 국적선사에 기댈 수밖에 없지만 이마저도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국적선사들이 임시 선박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해운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선박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물류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항만 하역작업에 차질이 빚어져 미국으로 간 컨테이너가 제때 한국, 중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광주, 경남 창원시 등에서 생산한 물량을 미국으로 보내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일단 미국 멕시코 등 현지 생산 공장의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려 공급 차질을 줄일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웃돈’을 주고라도 물량을 대고 있다”고 말했다. HMM 관계자는 “물동량과 선박의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최대량의 선박을 동원하며 국내 물동량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동일 dong@donga.com·서형석 기자
#물류대란#컨테이너선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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