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사상 첫 800조 돌파… 9개월새 100조 늘어 가파른 상승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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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응 4차례 추경 영향
정부지출 늘고 국세수입은 줄어… 연말 GDP 대비 국가채무 43.9%
홍남기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전문가들 “나랏빚 관리대책 시급”

나랏빚(중앙정부 기준)이 처음으로 800조 원을 넘어섰다. 9개월 만에 100조 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채무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중앙정부 국가채무는 800조3000억 원으로 전달보다 6조2000억 원 늘었다. 지난해 말 699조 원에서 9개월 만에 100조 원 이상 불었다.

나랏빚이 사상 최고치로 증가한 것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적자국채를 발행해 4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1∼9월 정부 총지출은 434조8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조8000억 원 증가했다. 반면 국세 수입은 214조7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3조4000억 원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수입이 지난해 대비 각각 15조8000억 원, 4조3000억 원 줄었다. 기재부는 코로나19로 납부 기한을 연장해준 세금을 감안하면 9월까지 실제로 줄어든 세수는 8조6000억 원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지출은 늘었는데 세수는 쪼그라들면서 재정 적자는 최악의 흐름을 이어갔다.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9월 말 현재 80조5000억 원 적자였다. 1년 전보다 적자 폭이 53조9000억 원 확대됐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08조4000억 원 적자였다.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적자 모두 1∼9월 기준 역대 최대다.

중앙정부 빚에 지방정부 채무를 더한 국가채무는 올해 말 846조9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해 말 37.7%에서 올해 말 43.9%로 오른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4차례에 걸친 추경으로 올해 국가채무 비율이 44%, 내년에 47%로 올라가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른 주요 20개국(G20)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과 비교하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홍 부총리는 “작년에 비해 올해, 그리고 내년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늘어나는 점에 대해선 정부도 우려하고 있다”며 “재정건전성 측면을 고려해 재정준칙도 발표했다”고 했다. 지난달 정부는 국가채무 비율을 60%,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의 ‘한국형 재정준칙’을 2025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재정준칙이 도입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데다 준칙의 실효성도 떨어져 당장 급증하는 나랏빚을 관리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은 코로나19 위기로 지출을 늘리더라도 당장 내년부터 부채를 줄이려는 재정 정상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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