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제로금리’ 동결…2023년까지 유지 시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7일 1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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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앞으로도 최소 3년 간은 현재의 ‘제로(0)금리’를 유지할 방침을 시사했다. 당분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초토화된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최근에도 낮은 금리 수준을 오랫동안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지만, 이처럼 제로금리의 구체적인 예상 기간을 시장에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연준의 이 같은 결정에 보조를 맞춰 한국 등 각국도 현재의 저금리 기조를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저금리는 침체에 빠진 경제에 마중물을 부어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칫 돈이 너무 많이 풀리면서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 거품을 유발할 우려도 크다.

연준은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0.00~0.25%에서 동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FOMC 위원들이 향후 금리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전망하는 점도표(dot plot)도 함께 공개했다.

이 점도표에 따르면 17명의 위원 전원이 내년까지 금리동결을 예상했다. 16명은 2022년까지, 13명은 2023년까지 현 금리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위원들의 이런 금리 전망은 향후 경제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제로금리를 2~3년 이상 끌고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만약 연준이 이날 밝힌 대로 정책금리를 향후 3년 이상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7년 간 제로금리가 유지된 이래로 또다시 장기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연준은 올 3월 코로나19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금리를 0.00~0.25%로 1%포인트 전격 인하한 뒤 지금까지 계속 동결해 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제 활력이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훨씬 약해져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의 경기 흐름도 매우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연준은 이와 함께 국채 등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면 그만큼 시중에 자금이 풀려 경기회복에 도움이 된다.

제로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 통화정책 가이드라인도 수정했다. 기존에는 물가상승률이 2%에 근접할 경우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경기 과열을 막았지만, 앞으로는 물가상승률이 2%에 이르더라도 금리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즉 물가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경기를 살리는 데 모든 것을 걸겠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파월 의장은 경제 회복을 위해 얼마든지 추가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실탄이 바닥난 게 아니다”라며 “아직 할 수 있는 수단이 많다. 우리의 정책은 강력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현재 미국 경제는 코로나19의 충격이 해소됐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연준에 따르면 올 봄부터 미국에서 일시적 해고를 당한 사람은 1200만 명에 이르고, 200만 명은 영원히 일자리를 잃었다. 이 숫자는 경제 재가동이 계속 지연됨에 따라 증가할 우려가 크다.

다만 연준은 실업률은 차차 개선될 것으로 봤다. 올 4월 14.7%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지난달 8.4%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연준은 연말까지 실업률이 7~8% 수준을 유지하다가 내년 이후에는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이 강력한 저금리 기조를 밝혔는데도 미국 증시는 힘을 받지 못했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46% 내린 3,385.4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25% 하락한 11,050.47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존스지수는 0.13% 상승한 28,032.38에 거래를 마쳤다.

17일 한국 코스피도 전날 대비 29.75포인트(1.22%) 하락한 2,406.17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로 장중 한 때 2,400선 아래로 미끄러지기도 했다. 코스닥 역시 전일보다 11.10포인트(1.24%) 내린 885.18로 거래를 마감했다.

신한금융투자 이예신 연구원은 “신성장산업을 향한 기업들의 약진, 재정투입을 통한 뒷받침 등이 그간 우호적인 투자심리를 지속시켜왔지만 글로벌 증시의 흐름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나 홀로 고공행진’이 변동성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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