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신사가 통신비 2만원 먼저 부담해달라”…‘선부담 후지원’ 방식 통보

이건혁 기자 입력 2020-09-16 21:22수정 2020-09-16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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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통신사 매장 앞. (자료사진) 2020.9.14/뉴스1
정부가 추진하는 ‘전 국민 통신비 2만 원 지원’을 위해 민간 통신사들이 수억 원으로 추산되는 금융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이를 보전해 줄 예산을 별도로 준비하지 않았다. 통신비 지원안을 급하게 마련하다보니 예산 검증이 세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 3사, 알뜰폰 업체 관계자 등은 11일 통신비 지원을 위한 ‘다회선자 검증 및 처리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통신사들이 9월분 청구서에서 2만 원을 먼저 감액해주면 정부가 추후 재정으로 메워주는 ‘선 부담 후 지원’ 방식을 통보했다.

통신사들이 이용자들로부터 받아야 할 요금 2만 원을 덜 받으면 일종의 외상이 발생하게 된다. 통신사들이 재정 지원을 받기 전에 덜 받은 요금만큼의 자금 운용을 계획하고 있었다면 예비비를 집행하거나 단기 대출을 받아야 한다. 자금력이 부족한 알뜰폰 업체들을 위해 이통 3사가 알뜰폰 업체가 부담해야할 금액을 대신 지원해주고 나중에 정부로부터 받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김 의원실 측은 이통 3사가 통신비 지급과 예산 집행 사이의 시차 탓에 부담해야 할 금융비용을 수억 원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 금액은 통신비 지원 예산 약 9280억 원에 포함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부가 예산을 곧장 집행하면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위한 예산은 별도로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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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통사들은 이미 추경 집행이 늦어질 가능성에 대비한 자금 운용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자체 금융비용 외에도 알뜰폰 업체 지원 비용, 요금 지불 시스템 개편과 안내, 콜센터 운영 등에도 추가로 부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사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지출은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민간 기업이 예상치 못한 부담을 지게 된 만큼 해당 비용이 크지 않더라도 이를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직접 집행해야 할 비용을 민간 기업이 대신 처리해주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검토했어야 했다. 통신비 지급안이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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