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주 오른 서울 아파트 전셋값 왜?…“수급 불균형 심각”

  • 뉴시스
  • 입력 2020년 9월 4일 0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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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매물 품귀→가격 상승→주거비 부담 증가
8월 반전세 거래 비중 14%…올 들어 가장 높아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 수급 불균형 심화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어쩔 수 없이 반전세를 택하는 세입자가 많아요.”

지난 3일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택임대시장과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전세를 찾는 수요가 많은데 전세 매물이 없다 보니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대답했다.

이 대표는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전세 매물이 사라진 지 오래”라며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가격을 올리면서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7월 첫째 주부터 62주 연속 오른 데다,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임대차 보호법 시행 등으로 전세 매물이 줄면서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고, 주택 임대 거래량 가운데 반전세(보증부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면서 서민들의 주거 부담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전세 매물이 귀해지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9% 상승했다. 전주(0.11%) 대비 상승폭이 0.2% 낮아졌다. 62주 연속 상승했지만, 상승폭은 4주 연속 둔화됐다.

구별로 학군 수요가 많고, 정추 환경이 양호한 단지가 있는 강동구(0.17%), 서초구(0.13%), 송파구(0.13%), 강남구(0.13%) 등 이른바 강남4구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또 신축 아파트나 역세권 단지를 위주로 수요가 몰린 마포구(0.15%), 성북구(0.15%), 은평구(0.12%), 중랑구(0.10%) 등도 올랐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교육환경이 양호한 지역이나 역세권 위주로 상승세가 지속됐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등으로 거래 활동이 위축되면서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처음으로 5억원을 넘겼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111만원으로 집계됐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최고치다.

특히 전월세 거래에서 반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서민들의 주거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반전세의 비중은 14.3%(868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또 지난 7월(10.1%)보다 4.2%, 6월보다는 4.4% 증가한 수치다.

지역별로 송파구의 반전세 비중이 지난 7월 14.4%에서 지난달 42.8%로 껑충 뛰었다. 송파구를 비롯해 강남구(15.6%). 서초구(14.0%) 등 최근 전셋값이 많이 오른 강남3구와 강동구(14.0%), 마포구·관악구(14.9%), 성북구(16.4%) 등이 반전세 비율이 높았다.

수급 불균형에 따른 주택임대시장의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입주 물량 감소로 전세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정부의 잇단 규제 대책 여파로 전세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보호 3법과 0%대 초저금리 장기화,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영향 등으로 전세 매물은 갈수록 더욱 줄어들고 있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에 총 13만2000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8·4대책 발표 이후 청약을 기다리는 대기수요가 주택임대차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전셋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보유세 부담 강화를 비롯해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집주인들의 월세 전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전세 대신 월세·반전세로 전환하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전세 물건이 줄어들고 있다. 전월세 재계약 시점과 가을 이사철이 맞물리는 9~11월 전세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는 10월부터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임대료 기준인 전월세 전환율도 기존 4%에서 2.5%로 낮아진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5억원의 전세를 보증금이 3억원인 월세로 전환할 경우, 전월세 전환율이 4%일 땐 세입자가 월세로 66만6000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전월세 전환율이 2.5%로 내려가면 월세는 41만6000원으로 줄어든다.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그만큼 낮아진다.

문제는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운 세입자와 신규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전월세 전환율을 초과하는 수준까지 월세를 올려도 이를 제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주택 임대시장의 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보호법 시행과 실거주 요건 강화 등으로 전세 매물이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주택 임대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의 잇단 규제로 이사 수요가 많은 가을철에 전세대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임대 기간이나 인상률 등에 대한 규제보다 수요가 있는 곳에 장기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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