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재용 기소에…재계 “잃어버린 10년, 절체절명 시기에 또”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일 15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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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검찰수사심의위위원의 불기소 권고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을 기소하겠다고 밝히자 삼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기업의 주가방어 등 통상적인 활동에 대해서도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댔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 전반의 경영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1일 삼성은 검찰의 기소 결정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지속된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 “삼성의 잃어버린 10년”
삼성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앞으로 5~10년 이상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검찰 기소 이후 대법원 판결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린다는 것이다. 이미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4년 이상 주요 경영자원을 검찰 수사와 재판에 쏟아야 했는데 또 다시 수년 동안 재판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문제와 관련한 2년 여 검찰 수사 동안 삼성은 50여 차례의 압수수색과 430여 차례의 임직원 소환조사를 겪어야 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1월부터 검찰에 10차례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 실질 심사는 3번 받았다. 특검에 기소된 이후에는 재판에 70여 차례 이상 출석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주요 경영진의 소환이나 재판일정을 전후해 결재가 줄줄이 밀리며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졌다는 말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은 잦은 수사와 재판 일정으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이 쉽지 않았던 상황”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후 산업 구조가 흔들리고 있는 절체절명의 시간에 또다시 사법리스크에 시달리게 됐으니 혁신 동력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도 “사법 리스크에 회사가 얽매여 있으면 전반적인 기업 분위기도 침체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투자 일정 및 인수합병(M&A)도 당분간 올스탑 될 전망이다. 2018년 발표한 ‘180조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 방안을 이을 초대형 사업구상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대외 신인도 추락도 문제다. 글로벌 기업의 수장이 분식회계와 관련된 혐의로 기소됐다는 것은 향후 투자 유치와 글로벌 협업에 있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이 부회장은 특검 수사와 재판으로 인해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사인 엑소르의 사외이사직을 사퇴한 데 이어 중국 보아오포럼 상임이사직 임기 연장을 포기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 등 글로벌 리더들의 네트워킹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 “삼성에만 수사심의위 무력화”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0.8.28 © News1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0.8.28 © News1
재계는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압도적 불기소 권고에도 기소를 강행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위원 13명 중 10명이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내렸음에도 수사심의위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삼성에 대해서만 권고를 역행한 것은 “기업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수사심의위는 2018년 검찰 스스로 자체 개혁 방안으로 만든 제도다. 기소와 영장청구 등의 판단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는 목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자체 개혁을 위해 만든 제도를 주목받는 기업인에 대해서는 예외로 두는 선례를 만든 것 아닌가”라며 “코로나19로 한국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반기업 정서를 공고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를 비롯한 주가방어 활동에 대해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가 방어는 모든 기업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일상적으로 진행하는 합법적 경영활동이란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직후 주가 급락이 이어지자 주요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등 기업가치 유지를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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