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첫날…단독주택 일부 임대 허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3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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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계약 기간이 9월까지 남아있는 전용 84㎡ 아파트는 거래가 되느냐고 아침부터 문의해오는데 규정을 몰라 답해줄 수 없더라고요.”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스아파트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도 시행 첫날을 이같이 말했다. 이날부터 서울 잠실 마이스(MIEC) 개발 사업과 영동대로 복합 개발 사업지 인근 지역인 강남구 대치동 삼성동 첨당동, 송파구 잠실동 14.4㎢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현장에서는 시행 전날인 22일까지 국토부와 서울시의 구체적인 거래 지침이 나오지 않아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주거 지역이 밀집해 영향권에 있는 아파트만 6만 채가 넘는 데다 아파트, 상가, 단독주택 등에 적용되는 규정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임대 목적의 매매가 전면 금지되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이날 국토부에 따르면 상가와 단독주택은 허가를 신청하는 매수인이 해당 상가나 단독주택을 실제로 사용하며 일부를 임대하면 거래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단독주택 1층에는 신청인이 살면서 다른 층을 임대하는 방식은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미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해당 지역에서 주택을 매수한다면 왜 해당 지역으로 전입해야 하는지를 허가 신청 때 소명해야 한다. 특히 해당 시군, 혹은 인접 시군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기존 주택을 어떻게 처분할지 계획서도 제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던 사람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으로 집을 매수해 전입하려 할 때 분당 집은 처분하겠다고 계획을 밝혀야 거래 허가가 난다.

주거지역의 대지 지분 18㎡ 미만 부동산(상업지역은 20㎡ 미만)은 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건물이나 주택 하나의 대지 지분을 기준 이하로 쪼개 매입하는 사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원칙적으로는 허가 대상이 아니어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지만 부부, 가족 등 가구 구성원이 지분을 나눠 매입하는 경우에는 동일인이 매입하는 것으로 간주해 허가 대상이 된다.

오피스텔 매매도 예외는 아니다. 대지 지분 기준을 넘긴다면 허가도 받아야 하고 실거주 혹은 실사용 의무가 부여된다. 허가구역 내에서 새로 주택을 분양받았을 경우에는 허가 대상이 아니다.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지 않아 입주하지 않고 전세를 놓는 것도 가능하다.

정부의 세부규정 안내와는 별개로 규제를 피한 지역이나 매물에 대한 관심은 계속 커지고 있다. 같은 지역 내에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특수한 물건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대지 지분 18㎡ 미만 초소형 아파트에 대한 거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용 27.68㎡는 대지 지분이 13㎡이고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1단지의 전용면적 31㎡도 대지 지분이 14㎡로 허가 대상이 아니다.

힐스테이트1단지의 한 공인중개사는 “6·17대책 발표 직후부터 주말까지 갭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 중대형 물건을 쓸어갔고 22일 저녁부터 초소형 아파트를 보지도 않고 구입하겠다는 문의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허가구역이 법정동을 기준으로 지정되면서 행정동으로는 잠실4동, 잠실6동이지만 법정동은 신천동이어서 규제를 피한 파크리오아파트, 장미아파트 등에 투자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파크리오아파트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달 전용면적 84㎡가 15억4000만 원까지 하락했는데 주말에 10건 정도가 17억5000만 원 선에 거래됐다”며 “오늘도 울산에서 바로 계약하겠다며 올라온 매수자가 있었고 호가가 18억 원을 넘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허가구역 인근 지역에서 가격 불안이 나타나면 허가구역 추가 지정도 즉시 검토할 것”이라며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아닌 초소형 아파트는 자금출처 조사 등을 강화해 투기성 수요가 진입하기 어렵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래 억제책만으로는 초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을 견뎌내기 힘들어 결국 초소형 아파트나 규제 인근 지역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풍선효과를 막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샘기자iamsam@donga.com
유원모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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