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도 꽃피게 하는 합리적 소비[기고/박종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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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산림청장
박종호 산림청장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리는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의 코로나 방역 활동이 전 세계에 우수 사례로 퍼지는 모습을 목도하며, 모두가 힘을 함께 모은다면 코로나와 같은 큰 어려움 속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 또한 얻을 수 있었다.

인간의 과도한 개발과 자원의 무분별한 사용, 그리고 이로 인한 기후변화로 매년 남한 면적의 1.2배에 달하는 토지가 황폐화되고 있다. 유엔은 사막화방지협약(UNCCD)이 채택된 6월 17일을 ‘사막화 및 가뭄의 날’로 지정해 매년 6월 17일 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열어왔는데, 올해에는 한국이 UNCCD 사무국과 함께 전 세계를 대표해 사막화 및 가뭄의 날을 기념하게 됐다.

사실 우리 모두 기후변화나 토지 황폐화가 매우 심각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우리의 실생활이 아니라 거대한 담론에서 다뤄져야 하는 일, 그저 남의 이야기로 받아들였을 뿐이다. 하지만 정말로 우리의 작은 실천이 아닌, 거대한 실행만이 거대한 문제의 해결책일까?

‘내가 안 해도 남들이 하겠지’ ‘나 하나쯤 안 해도 별일 없을 거야’와 같은 생각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누군가 미룬 일상의 작은 실천은 공동체 전체에 위험을 초래했고, 이는 다시 나 그리고 나의 가족에게 더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나 혼자만의 실천만으로 사막에 꽃을 피울 수는 없다. 하지만 나의 실천이 모여 우리의 실천을 이룬다면 사막 한가운데에 숲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올해 ‘사막화 및 가뭄의 날’ 주제인 ‘Food, Feed, Fiber: 미래세대를 위한 생산과 소비’야말로 이러한 ‘작은 실천’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과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한 과도한 자원 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미래세대를 위한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 또한 숲에도 답이 있다. 산에 오를 때 산불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사막화와 가뭄을 막는 훌륭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인간의 활동과 접근이 없어지면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생겼던가! 폐쇄된 브라질 해변에서는 바다거북이 자연 부화해 바다로 돌아가고,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가 60년 만에 맑은 물을 되찾았다는 내용이 그저 재미있는 기사로만 받아들여지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존재하는 것들을 당연시하고 소홀히 대한다면, 미래세대에서는 그것들이 영화 속의 장면들로만 기억될지도 모른다. 우리 눈앞의 문제를 해결할, 미래를 위한 영화 속의 주인공이 바로 당신이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겼으면 한다.

박종호 산림청장
#유엔#사막화방지협약#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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