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실업자 127만명, 역대 최악인데… 홍남기 “4월보다 고용 개선돼 다행”

세종=남건우 기자 입력 2020-06-11 03:00수정 2020-06-11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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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통신장비업체를 운영하는 A 씨(65)는 올해 신규 채용을 포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가 악화돼 매출이 지난해의 60% 수준으로 떨어지자 직원을 늘리기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A 씨는 “최근 3년간 사업을 확장하며 꼬박꼬박 신입 직원을 뽑았지만 지금은 기존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취업자 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3개월 연속 줄었다. 같은 달 기준 실업자가 21년 만, 구직 단념자가 6년 만에 최대 규모로 증가하는 등 고용 지표가 극도로 악화했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숙박 등 일부 업종의 일자리 감소 폭이 줄었다며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 ‘역대 최악’ 경신하는 고용시장
10일 통계청의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2693만 명)는 1년 전보다 39만2000명 줄었다. 취업자 수는 3월(―19만5000명) 10년여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뒤 지난달까지 석 달 연속 감소세다. 취업자 수가 석 달 연속 줄어든 건 2009년 10월∼2010년 1월 4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처음이다.

수출이 쪼그라들며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조업의 고용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만7000명 줄며 3월(―2만3000명), 4월(―4만4000명)보다 감소 폭을 키웠다. 제조업 취업자는 2018년 4월부터 21개월간 줄곧 내림세를 보이다 올해 들어 반등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다시 감소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조업은 서비스업에 비해 상품을 만들고 파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고용 타격이 늦게 온다”며 “제조업 일자리 충격은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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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 수(127만8000명)와 실업률(4.5%)은 통계 기준이 바뀐 1999년 이후 최대치다. 공식 실업자에 잠재 구직자를 더한 확장실업률(체감 실업률)은 14.5%로 역시 최고치다. 취업시장이 닫히면서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구직단념자(57만8000명)도 현재의 통계 작성 방식으로 바뀐 2014년 이후 최대 규모로 늘었다. 실업률 집계에서 아예 빠지는 비경제활동인구(1654만8000명)도 55만5000명 늘어 사상 최대인데, ‘쉬었음’(32만3000명) ‘육아·가사’(22만1000명) 때문에 취업을 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늘어난 비경제활동인구 중 일부도 잠재적으로 실업자로 볼 수 있다”고 했다.


○ 이 정도도 다행이라는 정부
경제사령탑인 홍 부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4월과 비교하면 5월의 고용상황이 개선됐다. 숙박음식업과 교육업 고용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썼다. 지난달에도 숙박음식(―18만3000명)과 교육(―7만 명)에서 일자리가 대거 사라졌지만 4월(숙박음식 ―21만2000명, 교육 ―13만 명)보다 감소세가 완화됐다는 것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코로나19의 1차 고용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고용시장의 어려움이 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정부와 온도차를 보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방역과 경제를 둘 다 잡으려다 잘 안되면서 앞으로 일자리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기업에 세금 혜택을 주는 등 투자 활성화를 유도해 일자리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
#코로나19#고용#실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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