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난지원금 先지급 後반납 요구에 ‘난색’…왜?

  • 뉴시스
  • 입력 2020년 4월 11일 06시 13분


코멘트

연말정산 근로소득자만 해당…근로소득세 면세자 제외
소득세로 환산할 경우 고소득자 대상 전액 환수 불가능
홍남기 "긴급재난지원금 정부 보조금…과세 대상 아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의 ‘신속성’ 취지를 살리기 위해 ‘현금성’ 상품권을 우선 지급하고 세금으로 추후 거둬들여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기재부가 고심하고 있다.

고소득자를 걸러내 세금으로 환수하는 절차가 쉽지 않아 지급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 국민에게 일괄적으로 지급했다가 추후 다시 거둬들일 경우 불만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해 “개인적으로는 꼭 필요한 분들에게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그런 입장을 견지한다”면서 “신속성 차원에서는 100% 다 드리는 게 쉽고 논란의 소지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는 타협을 할 수도 있겠다”며 “(전 국민에게) 모두 (재난지원금을) 드리되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다시 환수하겠다고 하는 전제조건이 충족된다면 보편적으로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전 가구에 100% 지급하되 고소득자에게 지급된 지원금은 추후 세금을 통해 거둬들이겠다는 방안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인 만큼 신속성을 위해서는 일괄 지급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다. 70% 기준에 따라 일고 있는 형평성 논란도 잠재우겠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소득자에 한해 재난지원금을 다시 환수하는 방안으로는 연말정산 방식이 거론된다. 하지만 연말정산을 통한 환수는 근로 소득자에게만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전체의 약 40%가 근로소득세를, 약 20%가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는 면세자라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일은 하지 않는데 건물세 등으로 큰돈을 버는 사람들의 지원금을 회수하기도 쉽지 않다.

억대 연봉을 받는 고소득자의 경우 세율이 높아 재난지원금의 최대 42%까지 환수가 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전액 환수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재난지원금은 가구당 최대 100만원 지원인데 세금은 개인별로 내는 거라 혼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추후 환수를 세밀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자칫 받는 돈보다 내는 돈이 더 많은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재난지원금을 연말정산으로 환수하려면 ‘소득’으로 인정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에서 증여하는 지원금을 소득으로 봐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가로부터 받는 보조금은 과세대상 소득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긴급재난지원금도 국가로부터 받는 보조금이기 때문에 과세대상 소득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힌 바 있다. 보조금 형태의 재난지원금에 세(稅)를 물리기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일괄 지급 후 다시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국민의 반감을 살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일괄 지급 후 뒤늦게 거둬들이면 경우에 따라 세금이 과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면서 “‘줬다가 뺏는’걸로 느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재난지원금의 규모, 지급방식 등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해석과 말이 오가고 있지만, 정부는 기존 입장대로 소득 하위 70%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추경안을 마련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8일 “정부는 지난달 긴급재난지원금 지원기준이 긴급성, 지원의 형평성, 재정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이미 결정해 발표했다”며 “현재 기발표된 기준에 따라 추경 편성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 주 중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세종=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