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퇴진’ 압박강도 높이는 금감원… 우리금융, 법적대응 방침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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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연임 두고 힘겨루기 본격화… 금감원 이번엔 ‘비번 도용’ 제재심
孫회장, DLF 이어 또 징계 가능성… 우리금융 “법정다툼 승산” 판단
제재통보 받으면 행정소송 태세… 당국과 관계 불편 두고두고 부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둘러싼 우리금융과 금융감독원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손 회장이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아니면 당국의 압박을 버텨내지 못하고 끝내 자리에서 물러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9일 금감원은 우리은행 직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객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변경한 사건을 최대한 빨리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린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2018년 자체 감사를 통해 이 사건을 파악했는데 금감원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빠른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은행 직원들이 휴면계좌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용한 비밀번호는 최소 2만3000개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달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로 중징계(문책 경고)를 받은 손 회장이 재차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손 회장과 우리금융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6일 우리금융 이사회는 “그룹 지배구조에 관해 기존에 결정된 절차와 일정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며 사실상 손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결정을 내리고 중단된 은행장 선임 절차도 재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추가 악재가 계속 터지면서 손 회장의 입지가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손 회장을 압박하기 위해 고객 비밀번호 도용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금융도 금융당국의 징계에 법적 대응이라는 카드로 맞설 것이 유력하다. 손 회장에 대한 제재가 공식 통보되면 바로 행정소송과 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법정에서 싸웠을 때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임직원이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현행법 규정을 근거로 손 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서 DLF 손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우리금융 측은 CEO가 내부 통제를 위한 조직과 절차를 마련했다면 이미 책임을 다한 것이며, 일부 직원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경영진을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금융회사 CEO가 당국의 중징계를 받으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우리은행장 재임 당시 투자 손실과 관련해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받고 2009년 자진 사퇴했다.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2009년),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이상 2014년) 등 역시 시기만 다를 뿐 결국 퇴진하고 말았다.

다만 2018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을 두고 금감원과 하나금융이 맞붙었을 때는 ‘관치 금융’ 프레임이 작동하면서 김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황영기 전 회장 등 일부 사례에선 나중에 법원 소송 끝에 제재 취소 판결이 나오며 금융당국이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박동창 전 KB금융 부사장도 이사회 안건 자료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지만 소송을 통해 징계취소 결정을 받았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 사태가 김정태 모델로 갈지, 황영기 모델로 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금융이 소송전을 강행하면 손 회장이 당분간 자리를 지킬 수 있지만 향후 금융당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최근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판매 과정부터 금융당국이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은행은 라임펀드를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이 판매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제재심의 중징계 결정은 권위 있는 민간위원들이 수차례 검토해 내린 결론”이라며 우리금융의 소송 움직임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이건혁·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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