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경기정점 판정…하강국면 역대 최장으로 가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8일 0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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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보류한 이후 재논의…지표상 2017년 9월 유력

오는 20일 우리나라 경기가 언제 정점을 찍고 하강하기 시작했는지 공식적인 기준일을 알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앞서 경기 정점을 판단하려 했지만 정점을 설정하는 데까지 걸린 기간이 다소 짧다는 등 이유를 들어 한 차례 미룬 바 있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가통계위원회는 오는 20일 오전 11시께 경제통계분과위원회를 열고 경기 ‘기준순환일(Reference Date of Business Cycle)’ 설정 여부를 재논의한다.

앞서 지난 6월17일 국가통계위원회는 같은 분과위를 열고 해당 안건을 논의했지만, 판단을 보류했다. 경기가 순환 국면에 이른 후 기준순환일을 설정하기까지 역대 평균적으로 36개월이 걸렸는데, 당시는 직전 기준순환일 설정 이후 2년밖에 지나지 않았던 터라 소요 기간이 비교적 짧았음이 그 이유였다.

이밖에 통계청은 기준순환일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대표적인 지표인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의 변화 대비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변동이 미미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이미 한 차례 판정을 미뤘던 터라 이번에도 판정을 유보하긴 어렵다는 것이 통계청의 입장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달 열린 전문가 회의에서 이번에 정점 판정을 내리는 것에 대해 특별한 반대 의견은 없었다”고 전했다.

기준순환일이란 경기 순환 변동 과정에서 국면이 전환하는 시점(저점·정점)을 말한다. 저점은 수축 국면에서 확장 국면으로 전환하는 시점을, 정점은 확장 국면에서 수축 국면으로 전환하는 시점을 각각 뜻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2013년 3월을 저점으로 하는 제11순환기에 속해 있다. 경기 정점을 판정하면 이때부터 언제까지 경기가 확장됐다가 수축하기 시작했는지 알 수 있다.

현재까지 유력한 시점은 2017년 2~3분기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흐름을 보면 2017년 3~5월과 9월에 101.0을 기록해 가장 높았다. 함께 고려되는 지표인 실질 GDP를 보면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가장 높았던 때는 2017년 3분기(3.9%)다. 두 지표의 교집합인 2017년 9월이 유력하다고 추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만약 2017년 9월이 제11순환기의 정점으로 설정되면, 동행지수가 발표된 지난 7월까지 22개월째 경기가 하강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역대 경기가 가장 긴 기간 수축했던 때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속해 있는 제6순환기(1993년 1월~1998년 8월)였다. 당시 경기는 1996년 3월 정점을 찍은 후 29개월 동안 하강했었다. 올해 8월부터 내년 2월까지 경기 하강이 지속되면, 역대 최장 수축기의 기록을 다시 쓰게 된다.

수축기의 지속 기간이 28개월로 두 번째로 길었던 제8순환기(2001년 7월~2005년 4월) 다음으로 이미 제11순환기의 수축기는 역대 3번째로 길다. 만에 하나 정점이 7월 또는 8월로 설정된다면 수축기 지속 기간이 각각 24개월, 23개월로 늘어나게 돼 역대 최장 기록을 넘어설 시점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광공업·서비스업생산지수, 건설기성액, 소매판매액지수, 내수출하지수, 수입액, 비농림어업취업자수 등으로 구성된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3월(100.6) 이후 올해 4월(98.4)까지 13개월 내리 하락한 후 5월(98.7) 잠시 반등했지만, 6~7월 다시 하락해 2013년 3월 이후 역대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다.

미래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5월(100.5) 이후 올해 3월(98.2)까지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선행 지표 역시 저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동행·선행 지표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역대 최장기간 동반 하락한 바 있다. 선행 지표의 하락 속도가 더 가파르다는 점에서 향후 경기의 반등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선행 지표는 재고순환지표, 소비자기대지수, 기계류내수출하지수, 건설수주액, 수출입물가비율, 구인구직비율, 코스피지수, 장단기금리차 등으로 구성된다.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 미·중 통상 갈등 심화, 홍콩 사태, 브렉시트(Brexit) 관련 불확실성 등이 중첩되면서 대외 여건상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이에 그간 우리 경제를 지탱했던 수출이 올해 들어 매월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생산과 투자, 소비 등 각종 경제 지표들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정부도 연일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경제 상황이 한층 악화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지난 7월 기존 2.6~2.7%에서 0.2%포인트(p) 내린 2.4~2.5%로 설정한 정부는 하반기 들어선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제20대 한국경제학회장으로 선출된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정치·사회적 환경 역시 경제 주체들에 호의적인 환경이 아니”라고 진단하며 “미래의 빚이 될 수밖에 없는 확대 재정 계획을 제외하면 정부도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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