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 “첨단소재로 갈수록 화학물질 배합 중요…규제부터 풀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0일 2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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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긴급 경제인 초청 간담회에서 반도체 소재·부품 국산화를 강조한 것과 관련해 기업인들은 국산화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부터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기업인은 이날 간담회에서 “화학 물질이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같은 규제가 새로운 화학 물질을 만드는 과정에선 부담스럽다”며 “그런 부분, 산업 안전과 관련해서 신축적인 적용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기업인은 “첨단소재로 갈수록 화학물질의 배합이 중요해지는데 한국은 화학물 관련 규제가 까다로워 아예 시작부터 어렵다”며 “국산화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기존에 생산하고 있는 화학 물질에는 상관이 없는데 새로운 화학 물질을 만들 때는 (이런 규제들이)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나왔다.

올해부터 시행된 화평법은 화학물질을 연간 1t 이상 제조·수입하는 기업에게 모든 화학물질을 사전에 등록하도록 한 법이다. 화관법은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의 배치, 설치의 관리기준을 강화한 제도다. 이를 지키려면 사업장마다 최소 수 억 원 씩의 시설 개선비용이 든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소재·부품 개발 및 국산화에 걸림돌이 되는 대표적 규제”라고 지적한다. 화평법, 화관법과 함께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도 풀어야할 규제로 거론되고 있다.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급박한 위험’의 구체적 기준도 없이 근로감독관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어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의 경우 몇 분만 가동이 중단돼도 수백 억 원 대의 피해가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은 간담회 이후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청와대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로부터)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관리도 중요하지만 이미 사용되고 있는 것이나 안전성이 확보된 곳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규제를 개선해볼 여지가 있다는 건의가 있었다”며 “이 부분은 적극 검토하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금융규제 완화 요구도 있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국내 자본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위험에 투자하는 자본은 크게 부족한 편. 한마디로 자본이 보수화되고 있다”며 “외국처럼 대형 투자은행(IB) 등을 육성해 소재·부품 같이 초기 실패 위험이 높은 분야에 투자를 촉진하는 금융 시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IB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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