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까지 지어 놨는데…” 분양가 규제에 난감해진 건설업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7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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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하우스까지 지어 놨는데 분양 기준이 바뀐다니 난감하네요.”

징검다리 연휴인 7일, 이달 중 분양이 예정됐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단지 조합과 시공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주택도시보증기금(HUG)이 현충일 휴일인 전날 분양가 책정 방식을 갑자기 바꾸면서 “우리 단지는 어떻게 되는가”며 알아보기에 분주해서다.

HUG가 ‘디데이’로 정한 이달 24일까지 분양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한 단지는 앞으로 더 떨어진 분양가로 일반 분양에 나서야 한다. HUG는 24일 이후 분양보증을 하는 단지는 인근에 HUG가 분양보증을 한 지 1년 이내인 아파트가 있으면 그 분양가(100%) 이내로, 분양보증을 한 지 1년이 지나고 아직 준공 전인 아파트가 있다면 지역 평균 분양가격의 105% 이내로 분양가를 묶기로 했다. 기존 110%에서 5%포인트 더 낮춘 것이다.

HUG가 분양보증을 한 아파트가 없거나 분양보증을 했더라도 이미 준공이 된 아파트만 있는 지역이라면 유사 단지의 지역 평균 시세 이내에서 분양해야 한다.

분양가 산정 기준이 바뀌면서 이달 중 분양하기로 한 서울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 속도를 더 내거나, 오히려 늦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상아2차아파트 재건축), 서초구 서초동 서초그랑자이(무지개아파트 재건축) 등이 새 분양가 상한제 기준을 적용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현재 분양가 심사를 받고 있는 단지 대부분이 HUG가 내놓은 가격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이후에는 HUG가 새로 바뀐 기준을 적용해 분양가를 기존보다 떨어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분양 관계자는 “3.3㎡당 분양가가 4000만 원을 넘는 강남권은 1, 2%포인트 차이로도 사업비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며 “분양가를 높이고 싶은 재건축 재개발 조합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부 단지는 아예 후분양으로 분양 방식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파트를 80% 이상 지은 뒤 분양을 하는 후분양 제도는 정부가 권장하는 방식이다. 지금 낮은 분양가에 아파트를 내놓느니 ‘후일’을 노려 분양가를 높이겠다는 심리가 강하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MBC 부지에 들어서는 ‘브라이튼 여의도’가 대표적이다. 이 곳은 시행사가 3.3㎡ 당 4000만 원 이상을 제시한 반면 HUG는 3000만 원 대로 보고 있어 분양가 대립이 크다. 지금 분양한다면 ‘인근 시세의 100%’로 분양해야 해서 업계에서는 ‘브라이튼 여의도’가 후분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HUG의 분양가 조정 이후 주택청약에 몰리는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청약 당첨으로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이 더 늘기 때문이다. 이른바 ‘로또 분양’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분양가가 하락하는 만큼 청약 참여 소비자는 늘고 재건축 단지는 줄어들 수 있어 청약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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