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대출정보, 금융권 공유…“대부업 이용하면 은행 대출 안 되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8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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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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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짜리 딸을 둔 김모 씨(29)는 2년 전 생활비가 부족해 대부업체로부터 급하게 500만 원을 빌렸다. 그런데 얼마 전 대부업 대출정보가 전 금융권에 공유된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호텔에서 객실관리를 하며 김 씨가 버는 돈은 월 200여만 원. 김 씨는 “가족이 아프거나 차가 고장나기라도 하면 목돈이 들텐데 대부업 대출이력 때문에 혹시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면 어떡하나 싶다”고 말했다.

27일부터 대부업 대출정보가 모든 금융권에 공유되기 시작하면서 대부업체 대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대부업체를 이용해봤다는 이유로 본인의 신용등급이 떨어져 다시는 시중은행 등 1금융권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4월 금융위원회가 대부업 대출정보 공유 방침을 예고한 뒤 담당 부서에는 타 금융기관 대출이 가능한지 묻는 민원전화가 하루에 2~3통씩 걸려오고 있다.

기존에는 대부업 대출정보를 대부업자, 상호저축은행, 인터넷전문은행만 받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당국은 금융회사들의 위험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대출정보를 전 금융권에 공유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부업체 대출 정보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반영해 금융회사들이 대출자의 총체적인 상환 능력을 체크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DSR는 대출자가 매년 갚아야 하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눈 가계대출 관리 지표다.

금융위 관계자는 “DSR 규제는 모든 대출에 대한 상환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건데 대부업 대출정보 공유가 안 되고 있었다”며 “대부업 대출정보 공유를 통한 정확한 여신심사로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정보공유로 인해 대부업 대출이력이 있는 사람은 앞으로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가 지금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대부업 대출잔액은 17조4470억 원이며 거래자수는 236만7000명이다. 이 중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등급인 4~6등급에 해당하는 사람도 20~30%로 추산된다.

10년 대출업무 경력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드론 있는 사람도 대출이 어려웠는데 대부업 거래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현실적으로 대출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대부업 대출을 전부 상환했더라도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도 “‘대부업 거래자는 안 된다’라고 단정 짓긴 어렵지만 대부업 대출 잔액이 많으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하다”라고 설명했다.

대부업 이용자들의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에 대한 행정지도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최근 모든 금융사를 대상으로 대부업 대출이력이 있다고 해서 과도하게 신규대출을 제한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정확한 신용평가를 위해 대부업 대출정보를 제공하는 건 중요하다고 보지만, 지나친 등급 조정은 자제시키는 등 금융당국이 금융기관에 가이드라인을 줄 필요는 있다”라고 전했다.

남건우 기자 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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