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KCGI 주주제안 답변 하루 앞으로…증권가 “법상 거부 어려워”

  • 뉴스1
  • 입력 2019년 2월 10일 0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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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법령·정관 위반하지 않으면 적용토록 규정
3월 주총 표대결 불가피…KCGI 전자투표도 요구

서울 중구 한진칼 사옥 모습. 2019.2.1/뉴스1 © News1
서울 중구 한진칼 사옥 모습. 2019.2.1/뉴스1 © News1
일명 강성부 펀드인 KCGI가 한진칼과 한진에 전달한 주주제안과 관련해 한진 측의 답변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행동주의 펀드인 KCGI는 한진칼(10.81%)과 한진(8.03%)의 2대주주다.

현행 법상 주주제안은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진 측이 수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지면 강성부 펀드와 한진 측은 경영진 교체 등을 두고 3월 주주총회에서 표싸움을 벌이게 된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CGI는 지난달 31일 한진과 한진칼에 주주제안서를 보내면서 11일까지 제안 수용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KCGI 관계자는 “아직 한진측으로부터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

KCGI는 한진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한진칼에 대한 주주제안을 통해 Δ감사 1인 선임 Δ사외이사 2인 선임 Δ감사위원회 위원 2인 선임(감사위원회 설치 시) Δ사내이사 1인 선임 Δ이사 보수한도 승인 Δ감사 보수한도 승인 등 6개 안건 상정을 요청했다. 특히 사내이사 1인 선임 안건은 석태수 한진칼 대표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하는 내용이다. 한진칼 CEO 퇴진을 요구한 것이다. 한진에 대해서는 감사 1인 선임만 제안했다.

통상 기업은 주주제안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주주제안권을 규정한 상법 제362조에 따르면 이사회는 주주제안의 내용이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반하는 경우와 그 밖에 대통령으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주총 목적사항으로 하도록 정했다. 주총장에서 제안자가 설명할 기회도 주어진다. 의결권 자문기관 관계자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주주제안을 거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KCGI도 주주제안 ‘관문’을 무난히 넘을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 7일에는 한진칼과 한진에 3월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주총장 방문없이 온라인서 의결권 행사)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주총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표싸움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주총장에서 표싸움이 벌어진다면 KCGI는 국민연금 표를 합쳐도 한진 측 지분에 10%가량 못 미치기 때문에 승산이 낮다. 전자투표는 주총장에 방문하지 않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를 높일 수 있다. 한진 측은 전자투표 도입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KCGI의 주주제안 중 감사 선임은 안건에 상정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상법상 자산 2조원이 넘는 기업은 감사를 감사위원회로 대체할 수 있는데, 한진칼에 이어 한진도 작년 말 자산 규모가 2조원을 넘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진 관계자는 “작년 경영 확정 실적이 나오지 않았다”며 “결과가 나오면 법적 절차를 준수하겠다”고 말했다.

의결권 자문기관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KCGI가 제시한 ‘한진그룹 지배구조 보고서’에 대해 “사외이사를 직접 추천하는 것은 독립성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이 않다”면서도 “지배구조위원회, 보상위원회, 임원추천위원회 설치와 유가증권 매각은 긍정적인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1일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결정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침)를 처음으로 적용한 사례다.

이번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선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 요구안 등을 제외했고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은 이사를 3년간 결원한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정관 변경안도 결국 조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 회장은 270억원대 횡령·배임과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진그룹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첫번째 적용 대상이 된 데는 총수 일가의 땅콩회항, 물컵 투척 등 갑질 논란과 배임·횡령·탈세 등 불법·비리 혐의 재판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재계에선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을 이용해 재벌개혁이나 경영간섭에 이용하는 것은 연금사회주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가 확대되면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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