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나도 한번? 유튜버 호기심에 불 댕긴 ‘파이어 누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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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의 아이콘이 된 불닭볶음면의 성공요인

삼양식품은 10, 20대 소비자와의 소통을 위해 현재 중고교와 대학교를 직접 찾아 불닭볶음면 시식 기회를 제공하는 ‘스쿨 로드쇼’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2017년 인도네시아 스쿨 로드쇼 당시 모습. 삼양식품 제공
삼양식품은 10, 20대 소비자와의 소통을 위해 현재 중고교와 대학교를 직접 찾아 불닭볶음면 시식 기회를 제공하는 ‘스쿨 로드쇼’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2017년 인도네시아 스쿨 로드쇼 당시 모습. 삼양식품 제공
출출하긴 한데 왠지 모르게 밥은 당기지 않을 때 우리의 가장 친근하고 익숙한 대안은 ‘라면’이었다. 하지만 굳건하던 라면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편의점에만 가도 도시락부터 즉석 국, 찌개까지 각종 가정간편식(HMR) 제품이 수두룩하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라면시장 규모는 2조97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 쪼그라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폭발적으로 팔려나가며 2년 새(2015년 대비 2017년) 매출을 58%나 늘어나게 한 라면이 있다. 바로 2012년 시장에 공식적으로 선을 보인 불닭볶음면이 그 주인공. “너무 매워서 도저히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단종의 위기를 겪기도 했던 불닭볶음면은 꾸준히 마니아를 늘리더니 이제는 ‘한국 매운맛(K-Hot)’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양은 불닭볶음면 덕분에 지난해 ‘1억 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데 이어 올 12월 7일 ‘2억 불 수출의 탑’까지 수상했다. 별다른 광고 없이도 대세 라면이 된 불닭볶음면의 성공요인을 경영매거진 DBR이 집중 분석했다.

○ 강렬한 매운맛으로 중독성 어필

불닭볶음면의 아이디어는 삼양식품가의 며느리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김정수 사장으로부터 나왔다. 2011년 명동의 매운 찜닭집에서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맛있게 찜닭을 먹고 있는 것을 보고 “라면에도 이 강렬한 매운맛을 적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무려 2t의 소스와 1200마리의 닭을 투입해 개발했지만 불닭볶음면의 시작은 순조롭지 않았다. 2011년 파일럿 제품으로 시장에 첫선을 보였는데 판매 성적이 극히 부진했다. 국물라면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볶음면을 생소하게 느꼈고 무엇보다 ‘너무 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패를 인정하고 단종을 결정하려는 순간, 특이한 현상이 감지됐다. 시장에서 찾기 힘든 이 제품이 중고나라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귀하게 거래되는 것이었다. 대중은 외면했지만 ‘딱 내 취향’이라며 이 라면을 찾아 헤매는 마니아층이 생겨난 것. 고민 끝에 삼양은 꾸준히 시장을 키워보자며 2012년 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특유의 중독성을 가진 불닭볶음면은 이후 심심치 않게 방송에 노출되며 서서히 인기를 키워나갔다. 인기에 불을 댕긴 것은 바로 유튜브다. 2014년 ‘영국 남자’로 알려진 유튜브 스타 조시가 불닭볶음면 먹기에 도전하는 영상을 올린 것이 전환점이 됐다. 처음에는 자신만만하게 불닭볶음면에 도전했다가 매운맛의 공격에 눈물, 콧물을 쏟아내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고 사람들은 이 영상에 열광했다. 그의 도전을 본 또 다른 유튜버가 도전에 나서고, 또 도전에 나서면서 불닭볶음면은 한국 문화를 좀 안다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야 하는 도전의 아이콘이 됐다. 실제로 11월 30일 기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파이어 누들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라는 제목 및 내용으로 검색되는 영상은 20만여 건에 이른다.

○ 까르보, 짜장, 커리 등 라인업 확대

치즈불닭볶음면, 불닭볶음탕면, 커리불닭볶음면, 핵불닭볶음면, 쿨불닭비빔면…. 끊임없이 확대되는 다양한 불닭볶음면 라인업도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팬을 늘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예컨대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에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더 매운맛이,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이 살짝 지겹게 느껴지는 사람에게는 짜장 맛이 섞인 불닭볶음면이 제공되는 식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인터넷에서 공유되던 레시피가 실제로 등장하는 식의 제품 출시가 계속되면서 소비자는 직접 제품 기획에 참여한 것 같은 뿌듯함과 재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삼양에서는 계속해서 소비자들이 어떤 레시피로 불닭볶음면을 즐기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며 확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민호 면스낵마케팅팀장은 “여러 가지 식재료를 섞어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어내는 소비자들을 위해 꾸준히 라인업을 확대해 만족도와 재미를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불닭 브랜드의 인기는 해외에서도 뜨거워 2017년 한국 라면 수출액 4000억여 원 가운데 무려 1750억 원이 불닭 브랜드 수출액이었다. 유튜브를 통한 입소문도 한몫했지만 일찌감치 해외시장 확장을 목표로 할랄 인증을 받은 것도 불닭볶음면의 수출에 날개를 달아줬다. 삼양식품은 1년여간의 준비작업을 거쳐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기관인 ‘무이’로부터 인증을 받음으로써 세계 2위 라면 소비국인 인도네시아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터넷 채널에 자신만의 콘텐츠를 올리는 수많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존재하는 시대”라며 “불닭은 재밌는 콘텐츠에 목마른 크리에이터들이 주목할 만한 소재였고 그로써 엄청난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팬들이 각자 취향에 맞는 다양한 레시피를 시도하게끔 장려했다는 점도 성공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SNS를 검색해보면 자기만의 방식으로 더 맵게, 덜 맵게, 다양한 방식으로 불닭볶음면을 즐기는 수많은 소비자를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자신의 취향에 맞게 스스로 제품을 ‘변주하며’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불닭볶음면의 팬으로 거듭나고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k푸드’의 아이콘#불닭볶음면의 성공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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