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호 노조위원장 “LG의 29년 노사신뢰가 통큰결정 바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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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 직원 직접고용 이끌어내

LG전자 배상호 노조위원장은 “전국 서비스센터를 돌며 협력사 직원들로부터 직접 고용 시 원하는 임금과 인사 체계, 복리후생 등을 듣고 있다. 사측과의 논의 과정에서 이를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제공
LG전자 배상호 노조위원장은 “전국 서비스센터를 돌며 협력사 직원들로부터 직접 고용 시 원하는 임금과 인사 체계, 복리후생 등을 듣고 있다. 사측과의 논의 과정에서 이를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제공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의 협력사 직원 직접고용이 잇따르고 있다. 이달 초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8700명을 직접고용하기로 한 데 이어 22일에는 LG전자가 전국 130여 개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협력사 직원 3900여 명을 직접고용하기로 했다.

LG전자의 이번 결정이 나오기까지 막후에서 역할을 한 배상호 LG전자 노조위원장은 23일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사측의 결정은 지난 29년간 노사분규 없이 신뢰관계를 유지해온 LG의 노사문화가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배 위원장은 2011년 취임 직후 전국의 서비스센터를 돌면서 ‘LG전자 제품의 완성은 서비스’임을 느꼈다. 이후 사측에 협력사 직원 직접고용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설명했고, 올해 3월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공식적으로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배 위원장은 “직접고용을 처음 요청했을 때 사측에서는 자회사를 설립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복리후생 비용을 더 부담하더라도 본사 직접고용이 맞다고 설득했다”며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고민 끝에 통 큰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1993년부터 기존의 수직적인 ‘노사(勞使) 관계’ 대신 수평적인 ‘노경(勞經) 관계’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노경이 상호 협력하는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직접고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의 협력사 직원 직접고용이 자칫 노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해 또 다른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직접고용 발표 다음 날인 24일 협력사 직원 일부가 민노총 금속노조 산하에 ‘LG전자 서비스 지회’를 창립하면서 한국노총 산하인 현 노조와 민노총 산하 노조 간 ‘노노(勞勞) 갈등’이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배 위원장은 “서비스 지회에서 민노총에 가입한 사람들이 있지만 실제 가입자 수는 수십 명 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전국 서비스센터를 돌며 직원들을 만나 LG전자 정규직 전환 시 원하는 임금체계, 복리후생 등의 조건을 최대한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의 역할이 정치적 구호나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노조원의 복리 증진이 최우선이라는 실리적 접근으로 다가서겠다는것이다. 그는 “협력업체 직원 4000명 중 3800명 이상이 LG전자 노조에 가입하는 걸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특히 배 위원장은 성수기와 비수기의 소득 차이가 크다는 협력사 직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현재 월평균 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임금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업무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기존 LG전자 정규직원과는 다른 별도의 임금체계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복리후생은 동일한 수준을 맞추려고 하고 있다. 배 위원장은 “기존 협력사 직원들은 가장 잘돼야 서비스센터 대표였고, 직급이 변하는 것도 아니었다. 임금과 인사체계에 협력사 직원들이 바라는 점을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서비스센터 직원들이 LG전자의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주52시간 근무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제공받는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배 위원장은 “탄력근로제를 최대한 이용해 고객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고, 탄력근로제로도 서비스의 공백이 생기는 부분은 전문점 등을 통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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