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매출 500억 가맹점도 혜택… 카드업계는 수익 8000억 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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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카드 수수료 인하]카드 가맹점 93% ‘우대 수수료’ 적용
年매출 5억~10억 차상위 가맹점
부가세 세액공제 확대혜택 더하면 사실상 영세점 수수료율과 비슷
‘최저임금 유탄’ 소상공인들 “다행”, 카드업계는 “정치적 결정” 반발

금융위원회가 26일 발표한 ‘카드 수수료 종합 개편 방안’에 따라 전국 카드 가맹점 269만 곳 중 93%인 250만 곳이 낮은 수수료를 적용 받는 ‘우대 가맹점’에 포함됐다. 내년 1월 말부터 거의 대부분의 가맹점이 우대 수수료 혜택을 누리게 된 셈이다.

여기에다 연매출 30억∼500억 원인 ‘일반 가맹점’도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사실상 수수료가 내려간다. 영세·중소 자영업자가 아닌 연매출 수백억 원을 올리는 ‘갑부 소상공인’까지 수수료를 낮춰주는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 등 자영업자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11년째 손쉬운 카드 수수료만 손본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수수료 인하 대책에 이어 이번 개편안까지 총 1조4000억 원의 수수료를 낮춰야 하는 카드업계는 패닉에 빠졌다.

○ ‘갑부 가맹점’까지 수수료 인하

금융위는 연매출 5억 원 이하인 영세·중소 가맹점 226만1000곳의 카드 수수료는 지금처럼 각각 0.8%, 1.3%를 유지하기로 했다. 영세·중소 가맹점은 부가가치세 세액공제 혜택을 포함하면 지금도 수수료가 사실상 0%대로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연매출 5억∼30억 원 구간인 차상위 가맹점 24만 곳이 새롭게 우대 가맹점에 포함됐다. 이 가맹점들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현재 2%대에서 내년 1월 말부터 1%대로 떨어진다. 연매출 5억∼10억 원인 19만8000개 가맹점은 수수료가 2.05%에서 1.4%로 인하되고, 연매출 10억∼30억 원인 4만6000개 가맹점은 2.21%에서 1.6%로 떨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부가가치세 세액공제 한도가 1000만 원으로 확대되면 이번에 새롭게 우대 가맹점에 포함된 연매출 5억∼10억 원 구간 가맹점의 실질 수수료율은 0.1∼0.4%까지 떨어진다. 기존 중소 가맹점이 받는 실질 수수료율(0∼0.3%)과 거의 같아지는 셈이다.

게다가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지 않는 연매출 30억∼500억 원인 일반 가맹점도 내년 1월 말부터 수수료 인하 효과를 보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연매출 500억 원이 넘는 초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약 1.94%인데 30억∼500억 원인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약 2.18%로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카드사 부가서비스와 마케팅 비용을 줄여 이 격차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 카드업계 “1조 원 부담 어떻게 줄이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이번 조치에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최저임금과 물가 상승 등으로 위기를 맞은 이들 입장에선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연매출 수십억, 수백억 원을 올리는 중대형 가맹점까지 수수료 인하 혜택을 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 카드사 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수수료 인하 폭과 대상이 커서 당혹스럽다”며 “연매출 30억 원이 넘는 가맹점에까지 수수료 인하 혜택을 주는 것은 정치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원가 산정 결과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 여력이 1조40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발표한 정책으로 카드사 수익이 6000억 원 감소했고, 이번 개편안을 통해 카드사는 8000억 원의 인하 부담을 새롭게 떠안게 됐다. 카드업계는 이번 조치로 내년도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속속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카드사 노동조합 단체인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공동투쟁본부’는 “이번 대책은 이해당사자 간 민주적·사회적 합의마저 무색하게 만든 반민주적 횡포”라며 “총파업을 불사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조은아 achim@donga.com·김성모·황성호 기자
#500억 가맹점도 혜택#카드업계는 수익 80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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