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D 중복제소 금지’ 명시… 소송 남발 막을 장치 구체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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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한미FTA 개정협상 결과문서 공개… 1주일간 의견 수렴


앞으로 미국의 기업이나 투자자가 한국에 대해 제기하는 투자자-국가간소송(ISD)이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ISD 규정을 토대로 한미 양국 기업이 소송을 낼 때 이미 다른 협정을 통해 소송이 제기된 상태라면 소송을 다시 낼 수 없도록 하는 방향으로 한미 FTA 조항이 개정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미 FTA 개정협상 결과문서를 공개했다. 이는 올 3월 발표된 한미 양국 간 FTA 개정협상 내용을 문서화한 것으로 당국은 협정문에 대한 여론을 10일까지 수렴한다. 해당 협정문은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초 발효될 예정이다.

결과문서에는 올 3월 양국이 합의한 ISD 남발에 대한 제한 조치가 구체적으로 담겼다. 우선 정부의 특정 조치에 대해 이미 다른 협정을 통해 소송이 제기된 경우 한미 FTA를 통한 소송은 불가능하도록 협정이 개정됐다. 예를 들어 2012년 론스타가 한국-벨기에 투자협정을 근거로 제기한 소송의 경우 이번 개정에 따라 같은 조치에 대해 론스타가 한미 FTA를 근거로 또다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원천 봉쇄됐다.

또 정부 정책이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근거로 외국 기업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해당 정책이 환경 보호, 중소기업 보호 등 공공복지를 위한 것인지를 고려하도록 했다. 또 정부의 정책이 투자자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는 최소기준 대우 위반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 최소기준 대우는 정부의 조치가 국제관습법에 비춰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적법하고 공정 공평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다만 이 같은 개정 사항은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올해 7월 제기한 소송 등 이미 제기된 소송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소조항으로 자주 언급되는 부분이 개정돼 향후 의미 없는 소송이 남발되는 것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계의 관심이 높았던 자동차 관련 조항의 경우 3월 당시 합의 내용이 그대로 반영됐다. 우선 픽업트럭 등 미국 화물자동차가 국내에 수입될 때 관세를 면제해주는 기간이 2041년까지로 추가 20년이 늘어난다. 미국 자동차 회사가 한국의 안전기준과 상관없이 자국 기준에 따라 한국에 수출할 수 있는 차량 대수가 업체당 연간 2만5000대에서 5만 대로 늘어난다. 2021∼2025년에 적용되는 차기 연비 및 온실가스 기준을 정할 때 미국 등 국제 동향을 감안하도록 하는 등 자동차 환경기준 관련 조항에서도 미국 측의 요구사항이 일부 반영됐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한미fta#isd#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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