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약 적발 124건, 당첨 취소된건 1건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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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취소가 의무규정 아닌데다 정부가 건설사에 맡겨 흐지부지

정부가 아파트 분양시장에 대한 단속의 고삐를 죄고 있지만 부정청약으로 적발해 놓고도 대부분 당첨 계약을 취소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 취소가 의무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인 데다 정부는 부정청약을 적발만 하고 사후처리는 소비자 민원에 취약한 민간 건설사가 맡고 있어서다.

15일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부정청약 단속 및 청약취소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이후 경찰 수사를 통해 확정된 주택 부정청약 건수는 총 1556건이다. 국토부는 “이 중 몇 건이 실제로 계약 취소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본보가 10대 건설사의 2015년 한 해 부정청약 등록 단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적발된 124건 가운데 1건(0.81%)만 계약 취소됐다. 청약통장 불법거래, 위장전입 등의 수법으로 당첨된 나머지 123개 아파트 소유권은 적발된 부정청약자에게 넘어갔다.

주택업계에서는 이런 문제가 앞으로도 되풀이될 것으로 본다. 현행 주택법은 ‘부정한 방법으로 증서(청약통장)나 지위(특별공급 등) 또는 주택을 공급받으면 이미 체결한 주택의 공급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약 취소 요건을 명기했지만 의무는 아니다.

이 때문에 적발된 부정청약자를 처벌하는 주체도 불명확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의무규정이 아니어서 정부는 주택 사업자에 부정청약자 적발 사실만 알리고, 실제 계약 취소 여부는 확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건설사들은 “개인 재산권 침해 가능성이 있는 계약 취소를 사기업인 건설사에 넘기는 게 문제”라는 견해다.

정부가 수사 등을 거쳐 부정청약자 명단을 건설사에 최종 통보할 때 이미 부정청약자가 분양권을 팔아 집주인이 바뀌는 경우도 많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초 당첨자의 부정청약을 이유로 새 주인의 소유권을 무효화할 수도 없어서 사실상 불법이 묵인되는 구조”라고 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주애진·강성휘 기자
#부정청약#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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