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기실사지수 17개월만에 최저… 정부 ‘성장률 3%’ 목표 수정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6월 수출실적 전년대비 감소… 5월 취업증가 8년만에 최악
민간 연구소들 ‘2.8% 성장’ 예측… 7월 하반기 정책방향 발표 촉각

문재인 정부가 목표로 하는 연 3.0% 경제 성장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고용, 투자 등 각종 경제지표가 ‘쇼크’ 수준으로 하락하고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은 하반기 전망이 밝지 않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규제혁신 법안들은 정치 알력에 치여 국회에 잠들어 있다.

1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통계청과 기획재정부, 한국개발연구원(KDI),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19일 ‘경기종합지수 전문가 회의’를 열고 최근 경기 상황을 점검했다. 보통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번씩 열리는 회의지만 올해는 하반기를 앞두고 중간점검 회의를 가졌다. 정부는 당초 5월만 해도 올해 큰 무리 없이 3%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6월 들어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는 각종 지표가 잇달아 발표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13.2%로 반짝 반등했던 수출이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다. 세계경기 회복, 반도체 경기 호황, 국제유가 상승 등 양호한 조건에서도 수출이 다시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나 홀로 호황세’를 보이는 반도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은 ‘2018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을 통해 올 하반기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상반기(42.5%)보다 크게 줄어든 15.9%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1

‘고용 쇼크’는 올해 3% 성장률을 위협하는 ‘아킬레스건’이다. 5월 취업자 증가 폭은 전년 동월 대비 7만2000명으로 2010년 1월(―1만 명) 이후 8년 4개월 만에 가장 부진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자동차, 조선업 구조조정의 영향이었다. 기업의 경기 전망을 엿볼 수 있는 투자도 부진하다. 5월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1% 줄어들며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증감률을 보였다.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의 경기 전망을 확인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월 90.7로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BSI가 100을 밑돌면 경기가 부진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는 의미다.

국내외 불안요소가 커지자 경제 전망 기관들은 한국이 올해 2% 후반대의 경제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반도체 외의 제조업에서 수출과 투자를 이끌 동력이 부족하다며 올해 경제 성장률을 2.8%로 점쳤다. 현대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역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예측하고 있다.

정부는 아직은 경기 악화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경기 부진을 증명하는 ‘숫자’들이 연이어 나오며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 경제 성장률 전망을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기업경기실사지수#정부 성장률#취업 최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