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코픽스… 점점 커지는 ‘이자폭탄’ 부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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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은행에서 2억 원을 대출받아 4억3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한 직장인 박하성 씨(40)는 요즘 한 달에 약 180만 원의 원리금을 갚고 있다. 박 씨는 “1년 전보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7만 원 정도 늘었다”며 “금리 인상 뉴스를 보면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10년 만에 2%대에 진입하면서 국내 대출 금리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이 연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해 국내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해 안에 5%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이 커져 가계부채 부실의 뇌관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주택대출 변동금리 연내 5% 돌파할 듯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18일부터 KB국민 신한 우리 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일제히 0.03%포인트 오른다.

KB국민은행은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를 기존의 연 3.49∼4.69%에서 3.52∼4.72%로 올린다. 신규 취급액 기준금리도 연 3.33∼4.53%에서 3.36∼4.56으로 인상한다. 신한은행도 같은 상품의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를 연 3.14∼4.49%에서 3.17∼4.52%로 상향 조정한다.

은행들이 일제히 금리를 올리는 것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가 15일 공시한 5월 코픽스는 잔액 기준 연 1.83%, 신규 취급액 기준 연 1.82%로 각각 전달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특히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015년 5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이후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지만 국내 대출 금리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아 꾸준히 오르고 있다.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도 지난해 연 2% 안팎에서 최근 연 2.6∼2.8%대까지 올라섰다.

미국이 하반기(7∼12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 더 인상하면 올해 안에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5%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최고 금리가 연 5%를 넘어선 고정금리형 대출도 6%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금리 상승에 취약한 대출 급증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처럼 금리 상승의 영향을 바로 받는 변동금리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이 포함된 은행권 기타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204조6000억 원으로 올 들어 8조7000억 원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4조300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증가 폭이다.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도 지난달 말 처음 300조 원을 넘어섰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경기 침체가 겹쳐 신용대출, 개인사업자 대출이 늘고 있다. 이 대출들은 금리 상승에 취약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이런 대출을 위험 요인으로 꼽으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금리 인상기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금융위원회는 내년부터 코픽스를 법으로 규정하고 직접 관리하기로 했다. 관련법이 시행되면 은행연합회는 코픽스 산출 체계를 금융위에 등록하고 별도 관리위원회를 통해 코픽스를 관리해야 한다. 은행이 코픽스를 조작하다 적발되면 과징금은 물론이고 부당이득을 본 금액의 5배까지 벌금을 물게 된다.

황태호 taeho@donga.com·강유현 기자
#코픽스#이자폭탄#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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