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차 10cm 자율차용 지도… 데이터 수집보다 덜어내는게 핵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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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퍼스 고정밀지도 제작차 타보니



국내 지도 제작 소프트웨어 업체 맵퍼스가 직접 개발한 모바일매핑시스템(MMS) 자동차가 고정밀지도 제작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올림픽공원을 달리고 있다. 고정밀지도는 자율주행차, 무인비행기(드론) 등에 활용될 3차원(3D) 
지도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MMS 자동차에 설치한 센서들이 외부의 정보들을 수집해 보여주는 모습.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국내 지도 제작 소프트웨어 업체 맵퍼스가 직접 개발한 모바일매핑시스템(MMS) 자동차가 고정밀지도 제작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올림픽공원을 달리고 있다. 고정밀지도는 자율주행차, 무인비행기(드론) 등에 활용될 3차원(3D) 지도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MMS 자동차에 설치한 센서들이 외부의 정보들을 수집해 보여주는 모습.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올림픽공원. 국내 지도 소프트웨어(SW) 업체 맵퍼스(서비스명 아틀란)가 만든 고정밀지도 제작차(MMS·모바일매핑시스템)를 탑승했다.

MMS가 올림픽공원 내부 도로를 달리자 조수석에 위치한 검푸른색 바탕의 모니터 화면 위에 푸른색 점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주변에 자동차, 나무 같은 물체들이 지나가면 알알이 모인 점들로 구성된 선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MMS에 부착된 센서들, 즉 컴퓨터가 바라보는 바깥세상의 모습이다. 이는 사람이 보는 풍경보다 아름답지 않았지만, 자율주행차와 무인비행기(드론), 자율휠체어 등 미래의 ‘탈거리’의 눈이 되어줄 데이터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어 보였다.

고정밀지도는 자율주행차가 각종 센서를 통해 도로 상황을 인지해도 기상 및 도로 환경에 따라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경우 발생될지도 모르는 사고를 방지해주는 보완재 역할을 한다. 기존 지도가 2차원(2D) 형태의 1차선 도로만을 표시한다면 고정밀지도는 차로의 형상, 노면 마크, 폭, 곡률, 경사정보와 신호등, 표지판 등 도로 주변의 상세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정보를 수집하면 오차범위 10cm 안팎의 고정밀지도를 제작할 수 있다.

고정밀지도를 제작하기 위한 첫걸음은 ‘수집’이다. 맵퍼스 MMS 지붕에 있는 각종 센서들이 그 역할을 한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안테나 2대는 현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360도 카메라(총 6대)는 주변 사물들을 촬영한다. 또 라이다는 초당 100만 개의 레이저를 쏴 현실세계와 거의 동일한 형상의 공간 정보를 획득하고 라인레인저는 차선 정보를 수집한다.

센서들이 수집한 시간당 기가바이트(GB) 용량의 외부 정보들은 즉각 차 안에 있는 모니터에 전송된다. 맵퍼스는 MMS를 통해 매일같이 국내 고속도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중이다.

다만 수집된 날것(RAW)의 데이터 그 자체로는 지도 제작 용도로 사용하기 어렵다. 중요 콘텐츠를 추출하는 ‘가공’ 작업이 필요하다. 온갖 정보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불필요한 정보들을 자동으로 제거하는 기술이 고정밀지도를 제작하는 노하우로 꼽힌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1000분의 1 정도의 크기로 줄여 나간다. 고정밀지도 데이터 수집에 걸리는 시간보다 가공에 3배가량 시간이 더 걸린다.

김명준 맵퍼스 대표는 “고정밀지도의 핵심은 수집된 도로, 산, 아파트 등 다양한 정보 중 어떤 정보를 자동화해 추출하고, 최종적으로 수요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면서 “현재는 완성차 업체를 비롯한 글로벌 사업자들의 수요에 맞춰 자율주행을 위한 지도의 표준을 만들어 나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맵퍼스는 국내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독일 BMW그룹과 다임러, 일본 닛산 등 자동차 제조사와 네덜란드 초정밀지도제작사 히어 등 글로벌 유수의 업체들이 파트너사로 있는 내비게이션데이터스탠더드(NDS)가 제시하는 표준을 기반으로 가공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NDS는 2014년부터 자율주행용 맵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왔다.

맵퍼스는 올해 국내 고속도로, 고속화도로 등 5500km 구간에 대한 고정밀지도 제작을 완료하고 내년에는 이를 전국의 국도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차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인 만큼 고정밀지도가 단기적으로 고급차 위주로 수요가 있는 ‘부분 자율주행’ 서비스에 접목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3차원(3D) 고정밀지도가 접목된 지도를 내비게이션에 탑재해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못 올리게 하거나, 급커브가 나타나면 조향장치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식이다.

심원일 맵퍼스 책임연구원은 “고정밀지도가 비단 자율주행에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내비게이션이 그동안 제공하지 못했던 차선 단위의 안내를 가까운 시일 내에 가능하게 만들어 줄 수 있어 목적지에 더 안전하고 빠르게 도달하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맵퍼스#자율주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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