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즐거운 업무에 금전 보상하면 되레 역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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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 보상과 활용 전략

한 마을에 노인이 살고 있었다. 동네 꼬마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노인의 집 앞에서 시끄럽게 놀았다. 소음을 참다못한 노인은 한참 궁리하다가 아이들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내일 아침에도 우리 집 앞에서 떠들고 놀면 내가 1000원씩 주마.” 다음 날 아침, 아이들은 노인의 집 앞에서 신나게 놀았다. 노인은 아이들에게 1000원씩 나눠주며 다시 제안했다. “내일 아침에도 우리 집 앞에서 떠들고 놀면 500원씩 주마.” 다음 날 아침, 노인은 아이들에게 500원씩 나눠준 후 또 한 번 제안했다. “내일 아침에도 우리 집 앞에서 놀면 10원씩 주마.” “10원이요? 에이, 시시해.” 아이들은 하나둘 그 자리를 떠났다. 다음 날, 그 다음 날에도 아이들은 노인의 집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순수한 즐거움으로 행해지던 아이들의 놀이가 노인의 금전적 보상으로 인해 변질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즐거움 그 자체를 동력으로 하던 놀이에 액수가 줄어드는 방식의 보상이 가해지자 아이들은 흥미를 잃었고 결국 그만두기까지 했다. 많은 경영자들이 직원들의 동기부여 수준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물질적 보상을 계획한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일화처럼 물질적 보상은 오히려 의도와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물질적 보상은 인간의 동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46호(4월 1호)에 실린 글을 요약해 소개한다.

○ 물질적 보상의 부작용

업무와 금전적 보상을 결부하는 일의 위험을 경고한 학자들이 적지 않다. 에드워드 드시 미 로체스터대 교수는 지루하고 의미 없는 과업에 물질적인 보상을 할 때보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과업을 할 때 물질적인 보상을 하면 흥미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보상의 종류나 액수를 미리 알고 있을 경우 과업에 대한 즐거움과 흥미가 36%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시 교수의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특정 행동에 대해 보상을 받은 사람은 보상이 사라졌을 때 그 행동을 하는 횟수가 줄어든다. 특히 보상을 받기 전보다도 행동의 빈도가 더 큰 폭으로 줄어든다. 심리학자인 알피 콘은 물질적 보상이 동기부여를 방해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다섯 가지를 꼽았다. 첫째, 조직 구성원 스스로 물질적 보상을 우선순위로 내세우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직장생활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개는 보상을 다섯 번째 또는 여섯 번째로 꼽는다. 둘째, 사람들은 기대한 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하면 그것을 상이 아닌 벌로 받아들인다. 셋째, 보상은 보상을 더 많이 받기 위한 경쟁을 부추기므로 팀워크와 인간관계를 해친다. 넷째, 보상은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그것을 가리는 데 더 많이 사용된다. 다섯째, 보상은 그것을 받기 위한 행동만 하려는 경향을 강화해 구성원들의 창조성을 저해한다.

○ 효과적인 보상 시스템을 위한 3가지 질문

그렇다면 물질적 보상은 부정적인 영향만 끼치는 것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개인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자 직원들의 생산성이 향상됐다거나, 경쟁사보다 높은 연봉을 제시하자 인재들이 많이 모여들었다거나, 성과를 냈을 때 공정하게 보상하는 체계를 갖춘 기업의 재무적 성과가 좋았다는 분석 결과들이 이를 입증한다. 재미없고 지루한 일을 할 때는 물질적 보상이 동기를 유발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물질적 보상을 무조건 부정하거나 비판하기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보상 시스템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조직의 관리자들은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면 좋다.

첫째, ‘내재적 동기가 얼마나 중요한가?’이다. 동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내재적 동기로 열정이나 소명의식 같은 순수한 심리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 다른 하나는 외재적 동기로 연봉이나 승진 등 외부에서 주어지는 자극 때문에 발생한다. 물질적 보상은 내재적 동기를 위축시킬 수 있지만 외재적 동기를 강화시키기 때문에 보상을 많이 할 경우 총 동기부여 수준은 이전과 변함없거나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업종이나 분야에서는 내재적 동기가 아주 중요할 수 있다. 예컨대 창의성이 중요한 가치를 갖는 산업 또는 직군, 혁신이나 창조를 끊임없이 해야 하는 업무의 경우 내재적 동기가 더 중요하다. 이런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물질적 보상만 강조하면 내재적 동기가 크게 저하될 수 있다.

둘째, ‘성과 평가와 이에 따른 배분이 공정한가?’이다. 평가보상 제도에서 공정성은 매우 중요하다. 공정성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평가 과정에서 공정성을 뜻하는 절차적 공정성이고, 다른 하나는 사전에 구체적으로 성과 배분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으며 이런 기준대로 실제 보상이 이뤄지는지 여부를 뜻하는 분배적 공정성이다. 공정한 기준과 절차에 의해 보상이 이뤄진다면 물질적 보상이 내재적 동기를 약화시킬 확률은 크게 줄어든다. 반대로 공정하지 않은 절차와 과정을 거쳐 분배가 이뤄졌다면 물질적 보상이 내재적 동기를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

셋째, ‘보상 체계에 대한 철학을 충분히 알리고 있는가?’이다. 경영자가 물질적 보상을 보상 체계의 근간으로 가져갈 것인가 아닌가를 분명히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바로 종업원 선별(sorting)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물질적 보상을 앞세우는 회사에는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일 것이고 그러한 보상 체계에서 서로 경쟁하며 살아남으려고 할 것이다. 물질적 보상을 중시하는 투자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물질적 보상보다 고용 안정성 등 다른 조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금전적 보상을 많이 해주는 직장보다는 평생 고용 가능성이 높은 직장을 선택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 기업의 보상 체계는 해당 기업에서 일할 사람들을 선별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경영자는 자신이 추구하는 전략에 부합하는 적절한 보상 체계를 설계하고 이것을 직장 내, 그리고 직장 밖에 일관되게 알려야 한다.

물질적 보상은 오히려 동기부여 수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세 가지 질문을 통해 보상 체계를 적절히 보완한다면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성과 증진에 기여하는 효율적인 인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정연 서울대 교수 jaytalks@snu.ac.kr·이승윤 홍익대 교수 syrhee@hongik.ac.kr·정리=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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