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5조 이상 금융그룹 7월부터 자본 건전성 평가… 삼성-미래에셋, 큰 영향 받을듯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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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출자-지배구조 복잡한 경우 1차로 자본확충-출자해소 요구
안 지켜질 땐 사업분야 축소 권고
재계선 “과도한 규제” 불만

금융위원회가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를 실시하기로 한 것은 대기업그룹 소속 금융회사들이 비금융 계열사들과 복잡하게 지분이 얽혀 있어 계열사들이 경영 위기에 빠질 경우 한꺼번에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과거 동양 사태 때처럼 금융 계열사에 예치된 고객의 자금을 불법적으로 비금융 계열사에 지원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다.

관련 금융회사들은 이날 금융위 발표에 대해 “민간 기업에 대한 과도한 금융 규제”라고 반발해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 연말까지 자본적정성 산정 방식 확정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도입으로 2가지 이상의 금융업을 영위하면서 금융자산이 5조 원을 넘는 복합금융그룹은 금융 당국으로부터 까다로운 자본 건전성 평가를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2개 이상 금융 계열사를 두고 있는 삼성그룹이 대표적인 복합금융그룹이다.

3일 금융위가 발표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초안에 따르면 복합금융그룹들은 7월부터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본 적정성 규제를 받는다. 계열사 간 상호출자로 얽혀 있거나 내부거래 규모가 크거나 대출 지급보증 등이 많으면 자본 적정성이 떨어진다.

금융 계열사의 자본이 기준 이하로 평가되면 금융 당국은 자본 확충, 내부거래 축소,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출자 해소 및 자금거래 중단 등을 요구하게 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2단계로 ‘금융그룹’이란 명칭을 쓰지 못하게 하거나, 금융 사업 분야를 1개로 줄여야 한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금융그룹’ 대신 계열사의 법인명만 써야 한다거나, 보험 카드 등 일부 금융사업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권에서는 상호출자 구조가 복잡한 삼성그룹과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이번 규제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생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23%를 비롯해 삼성 내 4개 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비금융 계열 출자 규모는 총 33조 원(지난해 9월 말 기준)에 이른다.

미래에셋은 박현주 회장이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대우증권, 미래에셋생명을 보유해 지주사 역할을 담당한다. 여기에 미래에셋대우가 미래에셋생명 지분 19.9%를 갖고 있어 지배구조가 복잡하다.

○ 재계 “중복 규제” 불만

금융위는 2014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로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도입을 추진하다 삼성, 한화 등 대기업들의 반대로 포기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이번에 결국 시행이 확정됐다.

재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요구하는 것과 동시에 금융그룹 통합감독까지 시행하는 것은 “중복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금융 계열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며 “금융과 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나치게 금산 분리를 강화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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